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침공이 없는 경우에도 대북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비상계획 수립에 합의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7일 인터넷 판으로 전했다.
미국 군사평론가인 윌리엄 아킨 씨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북한의 핵실험 다음 날인) 10월 10일 한미 군사 전략가들이 개념계획(CONPLAN) 5029를 재검토해 군사적 행동이 필요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시나리오 목록을 확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 개정되는 개념계획 5029는 북한의 WMD 수출과 관련된 행동을 억제하기 위한 선제공격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미 국방부 소식통들에게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는 한미 양국이 개념계획 수준에서 보완 발전시키기로만 합의했던 작전계획(OPLAN) 5029가 재추진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특히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한 작계 5027과는 달리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지 않아도 먼저 공격할 수 있는 첫 한미 공동 작전계획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의 개념계획 5029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북한 주민의 대량탈북이나 소요 등 각종 우발사태에 대비한 한미 양국의 군사적 대비책이다. 미국은 2005년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 때 북한의 WMD 문제에 대해서도 군사적 공격이 가능하도록 개념계획 5029를 바꾸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이를 주권 침해 문제라고 맞선 한국 정부의 반대에 따라 작전계획으로 완성하지 않고 개념계획 수준에서 보완 발전시키기로 합의했었다.
개념계획 5029는 북한에서 쿠데타와 주민 무장폭동으로 인한 내전이 발생하거나, WMD 통제력을 상실하거나, 주민이 대량으로 탈북하거나, 홍수 지진을 비롯한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하거나, 북한 내 한국인 인질사태가 발생하는 것에 대비한 말 그대로 ‘개념 계획’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국 국방부는 반박 자료를 통해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 사태에 따라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기로 논의한 적은 있지만 선제 군사공격을 포함한 ‘개념계획 5029’의 수정이나 확대를 협의한 적이 없다”며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