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임숙 기자
“내 진료실은 온 지구입니다.”
30일 내한한 국제 맨발의사협회 장피에르 빌렘(68·사진) 회장은 안락한 진료실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는 프랑스 릴대에서 외과 전문의 자격증을 따던 해인 1964년 아프리카 가봉에서 의료봉사활동으로 의사 생활을 시작했다. ‘밀림의 성자’로 불렸던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의 조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슈바이처 박사가 돌아가시기 전 7개월 동안 함께 일했다. 자본주의자든 공산주의자든 사람 목숨은 똑같이 귀하다는 것을 가르쳐 준 박사에게서 일생의 나침반을 얻었다.”
그는 국경 없는 의사회 등에서 활동했다. 1971년 프랑스 의사 쿠시네 등 12명이 슈바이처의 정신을 이어받아 인본주의 의술을 펴고 있는 비정부 민간기구다. 20여 년간 르완다 베트남 캄보디아 레바논 소말리아 등 분쟁지역 14곳을 돌아다니며 환자들을 돌본 그는 가장 많은 전쟁터를 다닌 의사로 기네스북에 올랐을 정도다.
“봉사단이 철수하면 돈이 없는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대안을 모색하게 됐다. 지역 전통과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슈바이처 박사의 ‘열린 삶’에서 영감을 받아 1987년 맨발의사협회를 만들었다.”
맨발의사협회는 현지인들이 ‘신토불이 약초’를 통해 대안의학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단체다. 현재 프랑스에만 의사 300명을 포함해 회원 2000여 명, 전 세계적으로 회원이 수만 명인 단체로 성장했다.
그는 값비싼 약품이 아니라 치유력이 있는 현지 식물 등을 활용한 대체의학으로 의료 빈부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의학은 특정 부위를 치료한답시고 건강한 다른 신체조직까지 영향을 주는 등 한계가 많다. 또 병에는 환자의 문화적 환경적 가족사적 요인이 녹아 있기 때문에 치유를 위해서는 환자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그는 “초창기에는 서양의학을 공부한 사람이 대체의학을 한다고 비난을 받았지만 이제는 대체의학이 학교 정식 과목으로 채택될 정도”라고 말했다.
빌렘 회장은 파리 소르본대에 자연의학부를 만들고 학장으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자신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의사, 연구원들을 만나고 다음 달 6일 출국한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