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전쟁이라도 하잔 말이냐?” 대북(對北) 포용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노무현 정부는 이렇게 맞받는다.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부인의 ‘가족력(歷)’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을 때 “그럼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고 한 것과 닮았다. ‘386 간첩’ 수사가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으로 번질 듯하자 또 반격화법이 등장했다. “매카시즘으로 가자는 거냐?”
▷인터넷 포털인 네이버의 백과사전은 매카시즘을 ‘1950∼54년 미국을 휩쓴 일련의 반(反)공산주의 선풍’이라고 소개했다. “국무부 안에는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미국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의 ‘폭탄 연설’에서 시작됐고, 상당수가 매카시즘 공포에 떨었으며, 미국의 대외적 위신이나 지적(知的) 환경에 끼친 손해가 막대하다는 설명이다. 이 풀이가 맞는다면, 정치권 일각에서 “우리를 빨갱이로 몰겠다는 거냐?”고 반발할 만도 하다.
▷네이버 백과사전은 매카시가 거론했던 인물 상당수가 실제로 간첩임이 드러났다는 사실까지는 쓰지 않았다. 미 의회도서관의 역사가 존 헤인스와 에머리대 하비 클레르 교수가 옛 소련 기밀문서 및 미 정부가 1995년 공개한 ‘베노나 프로젝트’를 연구해 밝혀낸 내용이다. 로젠버그 부부는 원자폭탄 기술을 소련에 넘겨준 간첩이었고, 딘 애치슨 당시 국무장관의 총애를 받던 고위 관료 앨저 히스도 간첩이었다. 헤인스와 클레르가 2003년에 쓴 책 ‘부인(否認)’은 물론 아서 허먼의 ‘조지프 매카시’(2000년), 테드 모건의 ‘빨갱이(Reds)’(2004년)에도 낱낱이 기록된 역사다.
▷공산주의자를 공산주의자라고 폭로한 매카시즘은 죄가 없다. 매카시는 알코올의존증 환자에, 정치적 이득을 노려 공산주의를 이용했으며, 공산주의와 진보주의를 제대로 구분 못한 과(過)가 있긴 해도 ‘정체를 숨긴 죄’보다는 무겁지 않다. 2006년 한국에서 기적(奇蹟)처럼 수사가 진행 중인 간첩사건을 ‘매카시즘’으로 규정하는 사람들은 ‘간첩은 수두룩했다’는 매카시즘의 진실을 내심 인정한다는 얘긴가.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