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생일이 돌아오면 너는 으레 선물을 받기 마련이었지. 하지만 내 선물은 눈에 보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착한 요정이 네게 줄 수 있는 공기나 영혼으로 된 어떤 것, 즉 교도소의 높은 담도 가로막을 수 없는 그런 것을 줄 수밖에 없구나.”
독립운동으로 감옥에 갇혀 있던 아버지는 13세된 딸에게 3년간 편지를 썼다.
올바른 세계관을 가질 수 있도록 편지를 통해 자상하게 역사를 설명했다. 딸은 어렸지만 아버지가 정성껏 써서 보낸 196통의 편지를 보며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민족이 왜 중요한지 어렴풋이 깨닫게 됐다.
1930년 10월부터 1933년 8월까지 2년 10개월간 딸에게 보낸 편지는 나중에 책으로 만들어졌다. 그게 바로 옥중 서신체로 세계사를 요약 정리한 ‘세계사 편력’이다.
편지를 쓴 아버지는 영국 식민지 치하에서 수차례 감옥에 드나들었던 인도의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 딸은 인디라 간디였다.
네루의 외동딸인 간디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역사를 전공한 뒤 21세 때인 1938년부터 아버지를 따라 반영(反英) 독립운동에 참가했다. ‘그 아버지에 그 딸’이었던 것이다.
1947년 독립 후에는 아버지로부터 차근차근 정치수업을 받았고 여당인 인도국민회의파에서 활동하다 1959년 당수가 됐다.
1966년 인도 첫 여성 총리가 된 간디는 1977년까지 3차례 연임하며 나라를 통치했다. 총선 패배로 잠시 실각하기도 했으나 1980년 재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곧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인도의 여러 주(州)에서 자치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펀자브 지방에서 시크교도들이 독립을 원하며 폭동을 일으켰다.
이에 간디는 시크교도의 최대 사원인 황금사원에 공격 명령을 내려 45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시크교도들은 분노했다. 그 분노는 결국 비극으로 이어졌다.
1984년 10월 31일 관저를 나서던 간디는 시크교도인 경호원으로부터 집중 총격을 받고 피살되고 말았다.
자신을 보호하는 임무를 띤 경호원에게 피살되다니…. 아이러니했다. 측근에게 등 뒤에서 칼을 맞은 셈.
12년간 인도를 통치한 간디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하지만 혹독한 야당 탄압 등 독재자의 면모도 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고 했던가.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