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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理知논술/초등학생 논술]일기-편지쓰기가 논술의 시작이다

입력 | 2006-10-31 03:03:00

초등학생 논술 교육은 초등학생의 눈 높이에 맞춰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서울의 한 초등 논술 학원에서 강사와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영어가 초등학생이 배워야 할 중요한 영역이 된 것처럼, 이제 논술 공부도 중학생은 물론이고 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에게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하지만 논술공부의 방향에 대해 많은 학부모가 혼란을 겪고 있다. 논술은 단순한 글쓰기의 문제가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초등학생에게는 어떻게 논술 지도를 해야 할까.》

‘理知논술’ 기사목록

▶ 대입 통합교과 논술

▶ 수리논술경제성장과 분배

▶ 과학논술일과 에너지

▶ 논술비타민
/논술에 대한 오해 풀기(3)

▶ 대입 컨설팅

▶ 대입 Q&A

▶ 뉴욕타임스로 논술을 잡아라
/The Culture Of Nations

▶ 특목고 입시 대비
/대원외고 특별전형

▶ 특목고 입시 대비
/사고력 관련 구술면접

▶ 특목고 입시 대비
/언어지문 제시형 구술면접

▶ 특목고 입시 대비
/영어지문 제시형 구술면접

▶ 중학생 논술 클리닉

▶ 고전여행/셰익스피어의 ‘햄릿’

▶ 초등생 논술 클리닉

▶ 우리학교 논술 수업/일산 대진고

▶ 시사이슈로 생각 넓히기
/리플 광풍과 악플족

①선행학습식 독서는 피해야 한다.

얼마 전 우리 교육원에 다니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의 어머니가 상담을 요청해 왔다.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이 우리아이에게는 수준이 너무 낮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갈매기의 꿈’이라는 책인데 어른들도 읽고 생각해 볼 만한 책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는 책의 내용이 쉬워 흥미가 없답니다.”

“조나단과 조나단의 아버지를 통해 현실적인 삶과 이상적인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초등학생들에게 쉽지 않은 주제입니다. 죄송하지만 아이가 집에서 주로 어떤 책을 읽습니까?”

“얼마 전에 목민심서를 읽고 나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 학생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에게 물었다.

“그 학생의 독서 능력이 어느 정도입니까?”

“내용 파악 능력이 가장 뒤떨어지는 편입니다.”

깜짝 놀란 나는 그 학생의 어머니에게 큰 맘 먹고 말했다.

“책을 읽고 그 내용의 일부분을 기억했다가, 그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주었다고 해서 그 책의 내용을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학생은 교육원에서 더는 볼 수가 없었다.

②경계를 조절해야 한다

토론은 사고력을 기르는 가장 유효한 수단 중의 하나다. 부모가 가장 훌륭한 토론 스승이라는 말도 있지만 실제로 가정을 토론 문화의 장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 부모가 토론을 시도해 봐도 아이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상은 주로 아이들과 부모가 서로의 경계를 지나치게 침범하고 있을 때 생긴다.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경계가 없는 친밀감은 더 없이 좋은 일이지만, 토론의 대상이 되려면 적당한 경계가 필요하다. 아이들의 사고과정에 부모들의 간섭이나 관심이 지나치면, 아이들은 자신만의 사고에 자신감을 잃거나 의존적으로 변하기 쉽다. 일정한 경계를 두고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인정하면서 사고를 키워 나가는 통로가 아이들과의 대화이고 토론이다. 교육이론으로 보자면 어른과 어린 아이는 적절한 토론 파트너가 아니다. 또래 집단끼리의 토론이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적절한 경계를 유지한다면 부모는 자녀의 훌륭한 토론자가 될 수 있다.

③듣고 평가하게 만들어야 한다

토론에선 주장과 근거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 한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에게는 학습의 과정으로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토론과 글쓰기의 실제에는 세 원칙을 적용하면 좋다. 세 원칙이란 ‘설명은 정확하게’, ‘의견은 분명하게’, ‘감정은 풍부하게’이다.

토론의 시작은 말하기가 아니고 정확한 듣기이다. 토론을 잘 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성격적인 문제가 아니라 말하기 방식의 원칙을 습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토론을 잘 하려면 먼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자신의 언어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정확한 설명이 가능해지면, 다음으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 설명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분석과 종합 능력을 기를 수 있고. 분석과 종합이 되어야 비판적 사고가 가능하다. 비판적 사고가 발달되면 비로소 아이들은 토론과 논술의 입장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의견 제시는 분명해야 한다. 어린이들의 토론 교육은 앞서 말한 사람들의 주장과 자신의 그것이 어떤 점에서 다르고 같은가를 내세워서 말하게 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감정의 표현은 의견의 명료함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다양한 감정의 표현은 토론을 활성화시킨다. 상대방의 의견에 칭찬을 보낼 줄도 알고, 경우에 따라 감정적인 지지가 필요할 때가 있다. 적절한 감정의 표현은 가정의 토론 문화를 활성화하는 촉매가 될 것이다.

④다양한 글쓰기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논술에 대한 본격적인 접근은 불가능하고,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주로 일기쓰기나 편지쓰기를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일기쓰기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중심으로 솔직하고 풍부한 감정과 반성을 담아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즈음의 아이들에게 편지쓰기는 생소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형식보다 자유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하는 것은 논술의 기초가 될 것이다.

감상문 쓰기는 초등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글쓰기 공부이다. 독서 감상문을 주로 하되, 가끔은 영화 감상문도 괜찮을 것이다. 글쓰기를 싫어하는 학생들에게는 처음부터 두툼한 책 한권을 던져주는 것보다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쓰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초등학교 3, 4학년이 되면 설명문쓰기를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설명문은 사실을 바탕으로 논리적인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논술문 쓰기의 바탕이 된다. 설명문쓰기가 잘 되면 학교에서 확대 실시하려는 서술형 시험에도 유용하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성인들도 접근하기 어려운 시사문제나, 삶에 관한 난해한 주제들을 다루면서 대입논술 공부를 흉내 내는 논술 공부는 철저하게 배제해야 한다. 논술의 기초를 닦으려는 학생은 초등학교 교과의 내용 영역에 들어 있는 주제로 논술의 성격과 글의 전개 과정에 관한 연습을 하고, 점차 수준에 적합한 책을 골라서, 독서 후 논술 활동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박승렬 LC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