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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시즌 초반 총력전 후유증

입력 | 2006-11-01 03:03:00


며칠 전 목욕탕에서 프로농구 심판 한 명을 우연히 만났다.

“요즘 힘드실 것 같아요”라고 말을 건넸더니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잔뜩 긴장한 채 코트에 나선다”고 말했다.

그 심판의 표현대로 올 시즌은 예년과 달리 초반부터 과열 양상이다.

1쿼터부터 4쿼터까지 팽팽한 시소게임을 펼치다 종료 직전에야 비로소 승패가 결정되는 경기가 많아졌다.

그동안 프로농구 1라운드는 복싱의 1회전처럼 대개 탐색전으로 끝나곤 했다. 팀워크와 전술이 채 완성되지 않은 시기이고 상대에 대한 전력 분석도 끝나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개막과 동시에 각 팀이 전력투구에 나선 듯하다.

우선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아경기가 열리게 돼 6일부터는 대표선수들이 차출되기 때문이다. 주전들이 빠지기 전에 최대한 승수를 쌓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이 각 팀에 두루 포진하면서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는 상황이라 어느 한 팀도 만만히 볼 수 없다.

아울러 새롭게 2, 3쿼터에는 외국인 선수가 1명밖에 뛸 수 없게 되면서 전력 평준화를 부추겼다. 예전에는 용병 두 명 가운데 한 명의 기량이 떨어지는 팀은 하위권으로 처졌으나 용병 출전 제한이 확대되면서 국내 선수들로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게 됐다.

연일 뜨거운 승부 속에 각 팀이 1승에 다걸기(올인)하다 보니 후유증도 생겼다.

1, 2점으로 승패가 갈리는 격전이 나오는 반면 주전들의 체력 저하 탓에 20∼30점 차로 완패하는 졸전이 쏟아졌다. 경기 내용의 양극화라도 생긴 듯하다.

거친 몸싸움과 무리한 승부욕 속에 크리스 윌리엄스(모비스), 이상민(KCC), 김승현(오리온스) 등 간판스타들이 부상으로 벤치를 지키기도 했다. 심판 판정 하나로 전체 경기 결과가 바뀌게 되면서 해묵은 오심 논란이 일었다. 경험이 미숙한 심판들의 서투른 경기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프로농구 정규리그는 팀당 54경기를 치르는 긴 여정이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오버페이스는 자칫 농구의 재미와 리그의 수준을 떨어뜨릴 수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