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자회담 복귀 소식에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가 다시 테마를 이뤘다. 이화전기 제룡산업 광명전기 등 남북 관계가 좋아질 때마다 부각되던 종목의 주가가 1일에도 급등한 것.
한국 증시에서 테마주의 역사는 의외로 깊다. 아직도 많은 투자자가 기억하는 ‘만리장성 4인방 테마’는 북방외교가 한창이던 1987년 만들어졌다.
중국 정부가 만리장성에 바람막이를 설치하는 데 대한알루미늄이 알루미늄 새시를 납품할 것이라는 소문으로 상한가를 친 것이 신호탄. 뒤이어 검정 고무신을 만드는 태화는 ‘인부들이 신을 고무신을 납품한다’는 루머로 상한가 대열에 합류했다.
삼립식품은 인부들 간식으로 호빵이 결정됐다는 소문이 나면서 상한가에 올랐고, 한독약품은 인부들이 호빵을 먹다 체할 때에 대비해 소화제로 훼스탈이 공급된다는 풍문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2001년에는 9·11테러가 나자 곧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사막 전쟁 테마’가 인기를 끌었다. 당시 광림특장차가 특수 장갑차를 만드는 회사로 잘못 알려져 주가가 오르는 엉뚱한 일도 벌어졌다.
2002년에는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 조선과 화학 업종이 테마를 이룰 것’이라는 우스개가 돌았다. 뱃놀이가 지금보다 더 많아져 조선 업종이 유망하다거나, 노는 날이 늘면서 불꽃놀이가 급증할 것이라는 황당한 이유로 화학 업종이 추천되기도 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