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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립이 자주인가

입력 | 2006-11-02 02:56:00


중국 미국 북한이 베이징에서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완전히 배제됐다. 평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강조해 온 노무현 정부의 자주외교 실상이 이렇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이 반대하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는 무력충돌 가능성을 이유로 거부했다. 한미공조는커녕 엇박자로 나갔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을 6자회담 재개 논의에 끼워주면 ‘북한 편 들까 봐’ 따돌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이 한국을 더는 ‘신뢰하는 공조 상대’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징후는 이 밖에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로버트 조지프 미 국무부 차관은 어제부터 PSI 확대문제 협의차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의 순방에 나섰지만 한국은 방문하지 않는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한국을 방문하지 않는 이유를 “미루어 추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기대할 것이 없기 때문’임을 시사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동북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간 뒤 미 정부에서는 “의견차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한국이었다”는 말이 나왔다.

미국은 북한의 장래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놓고 중국과 이미 전략적 협의를 시작했다. 지난해 8월 로버트 졸릭 미 국무부 부장관과 다이빙궈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베이징에서 가진 회동이 그 시작이다. 이번 베이징 3자 접촉이 보여 주듯 한반도 문제 논의 과정에서 한국이 계속 제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북한과의 관계가 좋아진 것도 아니다. 북은 ‘민족끼리’를 외치면서도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강행으로 우리를 곤경에 빠뜨렸다. 대남 간첩활동에 대한 정황도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6자회담 재개 소식이 나오자마자 쌀과 비료 지원 재개부터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미국이 우려하는 성격의 인물들로 외교안보팀 인사까지 강행했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은 인물, 햇볕정책 신봉자, 일각에서 간첩수사에 미온적이라고 지적하는 인물 등이다. 한국이 핵실험을 한 북한을 계속 두둔하면서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개의치 않는다면 북보다 먼저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