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알 김치 파동이 3일로 1년째를 맞지만 김치에 대한 불신은 씻기지 않고 있다. 본보와 미디어다음이 지난달 31일 누리꾼 316명을 대상으로 ‘국산 김치의 위생 상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절반(52.8%)이 넘는 167명이 ‘신뢰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지난 1년간 김치의 위생상태는 나아졌을까.
▽가끔 기생충알이 나오는 중국산 김치=지난해 12월∼올해 9월 수입김치 14만305t(이 가운데 98%가 중국산) 가운데 중국산 김치 100t(0.1%)에서 기생충알이 검출됐다. 또 다른 중국산 김치(45t)와 북한산 김치(45t)에서 기준치 이상의 타르색소와 방부제 등 식품보존료도 나왔다.
김치파동 이전 월평균 1만 t이었던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파동 직후인 지난해 11월 4107t으로 급감했으나 8월에는 1만4773t으로 파동 이전 수준을 뛰어넘었다.
▽검역은 어떻게 이뤄지나=수입 김치 검역소는 인천, 경기 평택, 부산 등 3곳에 있다. 파동 이전에는 특정 회사의 전체 수입 물량 가운데 한 컨테이너에서 한 박스만을 무작위로 골라 조사했지만 파동 이후에는 모든 컨테이너를 조사하고 있다. 평택수입식품검사소 관계자는 “앞으로 식품검역만 전문으로 하는 해외 공인검사기관을 통해 중국 현지에서 김치를 검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산 김치에 대해서는 6개 지역청이 매달 한 차례 표본조사를 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파동 이후 국내산 김치에서는 기생충알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지방식약청 관계자는 “파동 이후 다른 식품을 검사할 때 김치도 조사하는 정규 조사를 하고 있을 뿐 김치만 따로 조사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전북의 한 김치업체 관계자도 “파동 이전과 마찬가지로 6개월마다 한 번 외부 용역기관에서 기생충알과 타르색소 등을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청의 조사가 강화되지는 않은 셈이다.
▽김치 업체의 빈익빈 부익부=식약청은 김치도 어묵류, 빙과류처럼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을 마련해 12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HACCP란 식품의 원료 제조 가공 유통 등 모든 과정의 유해물질 기준이다. 식약청은 연매출 20억 원 이상, 종업원 51인 이상인 사업장부터 이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해 2008년에는 매출 5억 원, 종업원 21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9월 현재 두산, 동원 F&B, 하선정 종합식품 등 11개 대형 김치업체가 HACCP를 통과했다. 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선 2억∼3억 원의 시설투자비가 필요해 영세 업체들은 울상이다. 영세업체 관계자들은 “HACCP는 무균 처리 중심의 위생관리 체계로 발효식품인 김치에는 맞지 않다”면서 “유예기간을 주고 시설투자비 등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