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관심' '복리' '선택' '행복' '배려' '핑'….
'난세에는 짧은 제목, 태평성대에는 긴 제목이 뜬다'는 출판계 속설을 따른다면, 올해는 그야말로 난세다. 유난히 짧은 한 단어 제목을 단 책들이 많았다. 반면 긴 서술형 제목이나 한동안 유행했던 '~지혜' '~혁명' '~전략' '성공~' '10년~'등의 제목은 퇴조했다.
5일 발간될 출판전문지 '기획회의'는 특집으로 '책 제목으로 살펴본 2006년 출판 트렌드'를 다뤘다. 특집에 실린 '제목은 시대를 읽어주는 아이콘이다'에서 이홍 리더스북 주간은 "짧은 제목이 선호되는 것은 단순히 '난세'라는 불분명한 분석 외에도 그만큼 '짧고 분명한 메시지'가 선호되는 시대라는 측면에서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현란한 표현보다 핵심어를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즉각적인 선택을 요구하는 세태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제목에도 흐름이 있다. 이 주간에 따르면 "요즘 재테크 실용서의 아이콘이 된 '부자'는 6~7년 전만 해도 '금기'에 가까운 단어였다"고 한다. 부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 시각이 강해 책 제목에 넣기 부적절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이후 금기가 깨졌고 올해에도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 '미래형 부자들' '부자사전'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등이 쏟아져 나왔다.
'이기주의' 역시 "좀 거친 단어로 이전의 책 제목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언어"였지만 올해 '행복한 이기주의자' '이기주의를 위한 변명'등에서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쓰였다.
이 주간은 "단연 2006년 책 제목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행복'을 꼽았다. 스펜서 존슨의 '행복', 리즈 호가드의 '행복',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웨인 다이어의 '행복한 이기주의자'등 '행복'을 제목에 단 책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또한 '심리학' 열풍이 가라앉은 자리를 '경제학' 열풍이 대체했다.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경제학 콘서트' '스무살 경제학' '웹2.0경제학'등이 종합과 분야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주간은 "실용적 정보와 교양을 요구하는 흐름에 편승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경제학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빚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미친다'는 표현 역시 '미쳐 돌아가는 세상'을 배경으로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을 차지했다.
정철진의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강상구의 '1년만 미쳐라', 켄 블랜차드의 '얌 고객에 미쳐라'등과 함께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요리에 미치다' '사랑에 미치다'에도 쓰였다.
'결정하다'도 올해 책 제목의 놓칠 수 없는 언어다. 김재헌의 '16살 네 꿈이 평생을 결정한다', 전유문의 '금융지식이 미래의 부를 결정한다', 남인숙의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등이 "결정하다의 결정판과 같은 책들"이다. '미친다'와 '결정하다'의 유행에 대해 이 주간은 "아무튼 미쳐야 살아남을 수 있고 뭔가 결단성을 가지고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다. 너무 살벌하지 않은가"하고 물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