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배구에서 소속팀을 최강으로 이끌고 있는 ‘승부사’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 그는 남자배구대표팀까지 맡아 12월 열리는 2006 도하 아시아경기와 프로배구 V리그 동시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박영대 기자
배구가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동료를 위해 희생하는 스포츠다”라고 말했다.
배구는 스파이크를 때리게 하기 위해 서브 리시브와 토스를 해 줘야 한다. 희생정신이 없으면 결코 이길 수 없다.
○ ‘배구 과학화’로 만년 2위 현대 우승 견인
남자 배구의 ‘컴퓨터 사령탑’ 김호철(51) 현대캐피탈 감독. 그는 지고는 못 산다. 꼭 ‘복수’를 해야 한다. 스포츠는 정직하다.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 올해 초 남자프로배구 V리그에서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의 9년 아성을 깬 것도 이런 믿음과 고집에서 나왔다.
“요즘 선수들은 물질적 풍요를 즐기려고만 하지 책임감이 떨어진다. 왜 배구를 하는지 목표의식이 불명확하다.”
김 감독은 시대가 달라진 것을 실감하고 있다. 과거엔 ‘죽기 살기’로 공을 때렸는데 요즘 선수들은 온실 속의 화초 같단다. 선수는 잡초 같아야 한다. 어떠한 고난이 닥쳐도 꿋꿋하게 버텨내는 야생화. 아무리 시대가 달라졌다고 해도 스포츠는 스포츠다. 한 단계 올라서려면 그만큼 땀을 흘려야 한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번 배구에 발을 들인 이상 최고가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 스포츠에서 “2인자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현역 시절 ‘컴퓨터 세터’로 이름을 날린 그는 감독으로서도 한 치의 오차도 허용 않는 빈틈없는 선수관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20년간 배운 스포츠 과학을 배구에 접목시켜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만년 2위 팀 현대캐피탈을 최강으로 변신시켰다. 이탈리아에서 전력 분석관과 체력담당관을 영입해 배구의 스포츠 과학화를 주도했다.
김 감독은 요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땀 흘리고 있다. 남자대표팀 감독으로 내달 열리는 2006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2연패를 노리고 있고 연말에 개막하는 V리그에서 정상 복귀를 위해 칼을 갈고 있는 삼성화재의 도전을 물리치고 2연패를 달성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 “아시아경기-V리그 2연패 지켜보세요”
김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으로서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표팀에 가면 망가진다’는 편견을 불식하겠다고. 선수들 실력을 업그레이드해 우승까지 이뤄내 “대표팀에 잘 보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단다. 그는 태릉선수촌을 벗어나지 않는다. 선수들과 모든 시간을 함께한다. 아시아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런 희생이 없다면 우승도 없다.
◇김호철 감독은? △생년월일=1955년 11월 13일 △가족=부인 임경숙(48·전 여자배구국가대표) 씨와 딸 미나(22·배구선수), 아들 준(18·골프선수) 모두 이탈리아 거주 △출생지=경남 밀양 △출신교=경남 밀주초-대신중고-한양대 △경력=1975∼86년 국가대표, 1980년 금성통신, 1981년 이탈리아 프로배구 파르마 진출(1981∼82년 우승), 1983년 유럽컵 우승, 1984년 현대자동차써비스로 복귀, 1987년 이탈리아 프로배구 재진출, 1996년 파르마 감독, 2003년 현대캐피탈 감독, 2006년 남자국가대표팀 감독 △취미=골프(핸디 8·배구 시즌 중에는 절대 골프 안 함) △별명=컴퓨터, 마니도로(황금의 손), 마지꼬(마술사)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