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비영리 기관인 존스홉킨스 병원은 위스키 사업으로 돈을 번 퀘이커교도 존스 홉킨스 씨가 1873년 타계하면서 기부한 700만 달러를 기반으로 1889년에 세워졌다. 의대는 4년 후인 1893년에 문을 열었다.
이 병원은 건물을 지을 때부터 특별한 점이 많았다. 병원 내부에 먼지가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모서리를 되도록이면 직각이 아닌 원형으로 했다. 각 방의 난방과 환기도 지하에서 따로따로 공급 배출해 각 병실, 각 층, 각 병동을 격리시킴으로써 기승을 부리던 병원 내 감염사고를 획기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 지금은 초기의 건물을 중심으로 17만8000m²에 이르는 방대한 터에 병원과 의대, 연구시설이 들어선 의료단지가 됐다.
미국 최고 명문 의대 중 하나로 꼽히는 존스홉킨스대 의대는 인턴, 레지던트 제도를 처음 도입하는 등 미국 의학 교육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이 병원에서 시술된 세계 최초의 시술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심지어 외과수술 때 고무장갑을 끼는 것도 이 병원에서 시작됐다. 또 환자 치료와 연구, 교육을 병행하는 교육 전통의 결과 20세기 초부터 병리과 외과 내과 산부인과 등에서 세계적 명성의 의사들이 배출됐다.
미 시사주간지인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가 미국 내 5만2000여 병원, 16개 진료 분야를 대상으로 중증질환 치료율 및 사망률, 간호사 대 환자 비율, 의료장비 및 기술 확보율 등을 조사하는 순위 집계에서 존스홉킨스병원은 올해까지 16년째 종합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외관상 병원 시설은 한국의 일류 대학병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
병동은 여러 채의 건물이 연결돼 있다. 입원실은 깨끗하고 복도는 밝은 조명으로 병원 특유의 칙칙함이 덜하다. 입원실은 특실을 제외하고 1인실과 2인실이 있는데 특이한 점은 입원비가 같다는 점이다. 운이 좋으면 독실을 배정받는다는 설명이었다. 이곳 의대에서는 “환자 없이 세계 최고의 의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가장 먼저 가르친다. 병동 곳곳에서 의료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서비스 향상 토론회가 열린다. 한때 한국의 일부 병원에서 기승을 부렸던 촌지 문화가 여기에도 있을까. 여러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는데 대답은 한결같았다.
“의사나 간호사, 직원들이 환자나 그 가족, 업무 관련자들에게 금품을 받으면 즉시 면직됩니다. 다만 감사의 성의를 담은 20, 30달러 이하의 선물은 받을 수 있지만 반드시 자선바자회에 내놓아야 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 병원에선 연중 자선바자회가 끊이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