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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만 낳아준다면”…지자체 다양한 출산장려책

입력 | 2006-11-04 03:04:00


임대아파트 우선권 제공, 교원 인사상 혜택, 문화시설 이용료 할인, 불임 관련 시술비 지원….

저출산이 국가적 과제로 대두된 가운데 자치단체들이 전보다 훨씬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을 내놓고 있다.

출산 가정이나 출산율이 높은 마을에 몇 푼 쥐여 주는 출산장려책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치단체의 출산장려금 정책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저귀 값 받고 아이 안 낳아=경북 군위군은 2000년부터 인구가 증가한 마을을 선정해 주민숙원사업을 지원하던 것을 올해부터 폐지했다. 개인에게 주는 출산장려금(30만∼100만 원)과는 별개로 연간 3억 원가량을 편성해 운영했지만 해당 마을 선정이 어려워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광주 북구는 2003년 ‘다복왕 선발대회’라는 이름으로 다산 여성 시상제도를 마련했으나 지난해 말 폐기했다. 일과성 이벤트여서 효과가 없다는 안팎의 지적에 따른 것.

출산장려금은 정작 ‘출산’보다는 지역의 인구를 늘리는 ‘내 고장 주소 갖기 운동’에 도움을 준다는 분석이 많다. 충남 보령시 총무과 김건호 씨는 “출산장려금을 많이 주는 지역으로 잠시 주소지를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점차 다양해지는 출산장려책=지난해 출산율이 전국 최저였던 부산시는 1일 세 자녀 이상의 가정에 ‘가족사랑카드’를 발급한 뒤 시와 협약을 맺은 은행, 병의원, 유통업체, 공공문화시설, 제조업체 등 260여 곳에서 각종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부산시는 부산도시공사에서 지은 임대아파트의 우선입주권을 주고, 재개발구역에 짓는 임대주택의 우선순위를 주기 위한 관련 조례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문화시설 이용료도 할인해 주고, 대중교통수단에 임신부석을 별도로 마련했다.

부산은행은 예금금리를 0.1∼1% 올려 주고 대출금리는 0.2% 감면해 준다. 부산대병원과 부산우유 등은 진료비와 배달우유 값을 각각 10% 할인해 준다.

충남도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세 자녀 이상을 낳으면 교원이 근무지를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는 ‘다자녀 우대 교원인사원칙’을 마련해 내년 3월 인사부터 적용한다. 두 자녀부터 가산점 2점을 주는데 이는 인사에 실질적으로 위력을 발휘하는 점수다.

강원 정선군은 만 12세까지 매년 300만 원씩 모두 3900만 원의 양육비를 제공하는 조례안을 마련했다. 출산보조금이 아니라 양육비를 제공하는 수준이다.

울산시는 불임 관련 시술비를 최대 300만 원(2회)까지 제공하기로 했고, 전남 강진군은 신생아에 대해 건강보험을 들어주기로 했다.

▽양육여건 조성 정책 절실=박범수 충북 영동군 부군수는 “출산보조금 위주의 자치단체 출산정책은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부추겼지 큰 효과는 없었다”며 “양육 여건 개선을 위한 더욱 근본적이고 다양한 시책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남여성정책개발원 김종철 정책개발실장은 “북유럽 국가 등은 이혼율이 높아도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이혼자나 ‘한 부모 가정’이 아이를 기르는 데 불편함이 없는 문화적 가치관과 사회적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춘천=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