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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건강 365일/찬바람 시린 뼈]류머티스 관절염

입력 | 2006-11-06 02:59:00

사진 제공 대한류머티스연구회


류머티스 관절염을 5년째 앓고 있는 주부 김선경(43) 씨는 아침마다 손가락이 저릿저릿하고 등이 뻣뻣하고 아프다.

의사는 “관절을 많이 쓰지 말고 바른 자세로 집안일을 하라”고 말했다. 이 의사의 조언대로 할 수 있는 주부는 많지 않다.

맏며느리인 김 씨는 두 달에 한 번꼴로 제사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하루 종일 서거나 쭈그리고 앉아서 전을 부치고 설거지를 하다 보면 통증은 심해진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대표적인 여성 병이다. 해외에선 여성 환자의 비율이 75%선이지만 한국은 84%다.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관절에 무리가 가는 자세로 하는 가사노동이 병세를 악화시킨다고 한다.

○ 주로 30, 40대 여성이 잘 걸려

관절염을 ‘관절이 닳아서 생긴 염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퇴행성관절염은 이와 비슷하지만 류머티스 관절염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긴다. 몸 속 백혈구가 자신의 신체조직을 적으로 오인해 관절을 둘러싼 활막을 공격해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30, 40대 여성이 이 병에 잘 걸리지만 20, 50대 여성에게도 종종 나타나는 병이다.

한양대류머티스병원 류머티스 내과 배상철 교수는 “의료계에서는 여성호르몬이 이 병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온몸이 쑤시고 기운이 없고 체중이 줄고 미열이 나서 마치 몸살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동시에 손가락 발가락 손목 팔꿈치 무릎 발목 관절이 부어오르거나 뻣뻣하고 열이 나면서 아프다. 관절 통증은 아침에 심하다가 오후가 되면 조금씩 풀린다.

이는 면역성 질환이기 때문에 관절 이외 다른 곳에도 이상을 일으킨다. 눈물샘, 침샘에 염증이 생겨 눈물과 침이 나오지 않기도 하고, 목소리가 쉬고, 귀가 울리며, 신경염, 폐렴, 신장병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 관절이 완전히 변형되기 전 치료해야 효과적

약물 치료를 하면서 운동, 재활 치료를 병행하거나 수술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위장 장애를 일으키지 않는 약, 주사치료제 등 약물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류머티스내과 송영욱(대한류머티스연구회 회장) 교수는 “이 병은 시작된 지 2년 이내에 뼈의 손상이 시작되므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며 “자고 일어났을 때 관절이 뻣뻣한 증상이 1시간 이상 지속되고 붓는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꾸준히 치료해야 낫는다. 또 관절이 완전히 변형되기 전에 치료해야 효과적이다.

○ 한꺼번에 하는 운동보다 틈틈이 하는 것이 중요

일상생활에서 류머티스 관절염을 악화시키는 자세를 피해야 한다.

나물을 다듬거나 음식을 만들 때 한자리에 오래 쪼그려 앉아 일하면 안 된다. 되도록이면 일감을 식탁에 놓고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아 일하는 게 좋다.

만일 바닥에 앉게 되면 10분에 한 번은 다리의 위치를 바꾸고 30분에 한 번은 일어서서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손빨래를 할 때도 마찬가지. 간이 의자에 앉아 무릎을 쭉 편 상태로 하는 게 좋다. 설거지를 할 때는 약 20cm 높이의 편편한 물건에 양다리를 번갈아 올려둔 채 해야 허리가 덜 아프다. 걸레질도 대걸레나 스팀청소기를 이용해 선 자세로 하는 게 좋다.

류머티스 관절염에 걸렸다면 운동을 틈틈이 가볍게 하는 것이 장시간에 걸쳐 한꺼번에 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

약이 변비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물과 과일 야채를 많이 먹어 변비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살이 찌면 관절에 무리가 가므로 체중조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