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밤 유럽에서 대규모 연쇄 정전 사태가 발생해 서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피해를 보았다.
이번 사태는 갑작스러운 추위로 독일에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작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 서유럽 전체로 확산돼 수백만 명이 불편을 겪었다. 정전 사태가 발생하자 전문가들은 “유럽의 통합 전력망이 갖는 허점을 잘 보여 준 사태”라면서 “낡은 설비를 하루빨리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사태는 독일 북부 지방의 고압선 한 곳이 차단된 상태에서 각 가정이 일제히 난방을 가동함에 따라 과부하가 걸리면서 시작됐다. 이에 영향을 받은 유럽의 변전소들이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자동으로 송전을 중단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프랑스에선 동부 지역과 파리 인근 지역 시민 500만여 명이 정전으로 불편을 겪었다. 곳곳에서 승강기가 멈춰 섰고 초고속 열차 운행에도 일부 차질이 빚어졌다. 독일 서부에서도 열차 수십 대가 최고 2시간 동안 출발하지 못했다. 벨기에의 겐트에선 열차를 탔다 정전으로 발이 묶인 승객을 버스와 택시로 긴급 수송하는 소동을 빚었다. 그러나 정전으로 인한 사상자는 없었다.
유럽 국가들은 1950년대 이후 ‘전력 고속도로’ 건설을 목표로 전력망을 서로 연결했다.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는 “공동 전력망을 갖추고 있으면서 중앙에서 이를 관리하는 기관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