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시절 집회 참가자들이 차도로 행진하는 것을 허용한 이후 처음으로 경찰이 도심 교통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서울 도심 집회를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청은 “최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각각 12일(일요일)과 25일(토요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노동자대회를 열겠다고 집회 신고를 했으나 집회 참가자들의 거리행진으로 심각한 교통체증이 예상돼 집회를 금지한다고 양 노총에 통보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은 집회 금지의 근거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2조의 ‘교통 소통을 위한 집회 제한 조치’를 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서울 종로구 세종로사거리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20만 명이 참가하는 노동자대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또 한국노총은 세종로 교보생명 빌딩 앞에서 노동자 3만 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으며 양 노총 모두 집회에 거리 행진을 포함했다.
경찰이 집회 금지를 통보하자 한국노총은 재심을 청구했으나 민주노총은 재심청구 시한인 48시간 이내에 재심을 청구하지 않고 장소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옮겨 다시 신고하기로 했다.
집시법 제12조는 ‘경찰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 도시,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금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며, 집시법 시행령상 세종로와 태평로 등 광화문 일대 도로는 주요 도로에 포함돼 있다.
앞서 경찰청은 9월 27일 “차도를 이용한 대규모 거리 행진으로 도심 교통을 방해해 시민에게 불편을 끼칠 것으로 판단되는 집회는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22일(일요일)과 28일(토요일) 통일연대와 공공연맹의 서울 도심 집회를 허가했고 이때 집회 장소 주변 도로가 극심한 체증을 빚었다.
경찰은 원천적으로 집회 때 차도 행진을 허용하지 않았다가 1999년에 처음으로 차도 행진을 허용했다. 그 후 과격한 폭력 시위로 변질될 우려가 있는 집회를 금지한 적은 있으나 도심 교통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도심 집회를 금지한 적은 없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