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전 행장 구치소行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7일 0시 반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승용차에 탄 뒤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 전 행장은 구속 집행 직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은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금융감독당국 관계자와의 공모 또는 묵인하에 주도한 결과인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6일 밤늦게 이 전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검찰은 공모관계에 있다고 보는 정부 감독 승인기관 관계자 2, 3명에 대해 추가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수사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날 구속영장 발부로 법원과 검찰 간 갈등이 해소될 것으로 속단하기는 이르다. 이미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데다 구속영장 문제를 둘러싼 시각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부실 꼭 팔아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외환은행 매각은 2003년 7월 당시 은행을 매각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경영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외환은행은 2003년 7월 이후 외환은행이 주채권 은행이었던 하이닉스의 주가가 올라가는 등 경영상황이 호전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전 행장은 2003년 5월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내용을 바탕으로 은행 실무진이 부실자산 규모 등에 관해 세 가지 안을 마련했으나 이 전 행장이 부실자산을 3000억 원대로 가장 낮게 평가한 1안을 삭제하는 등 부실 규모를 부풀리도록 지시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또 이 전 행장이 2002년 11월 당시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게 ‘10억 달러+α’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넘겨주는 주식 가격을 시뮬레이션한 자료를 보고한 것으로 파악했다.
▽매각 대안이 론스타밖에 없었나=이 전 행장은 “외자 유치를 위해 10곳의 해외 금융기관과 접촉했으나 관심을 보이는 곳이 론스타밖에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이 전 행장이 실제 투자의향을 물어본 곳은 론스타를 포함한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3곳밖에 없었다.
더욱이 외환은행은 2003년 6월 중동 두바이은행 대주주가 6000억 원 규모의 투자의사를 먼저 표명했는데도 론스타와의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이유로 검토 대상에서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BIS 비율 조작 및 헐값 매각=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은행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함에 따라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만들어 예외 조항을 적용하는 편법을 동원했다. 그렇게 하려면 2003년 말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전망치를 은행 건전성 기준인 8% 이하로 떨어뜨리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당시 금감위는 외환은행의 BIS 비율을 8.44∼9.14%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변 금융정책국장은 “어떤 식으로든 인수자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BIS 비율을) 낮출 수도 있다”며 사실상 BIS 비율 조작을 지시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은 이 전 행장의 주도로 BIS 비율을 6.16%로 맞췄고, 외환은행은 이 수치를 근거로 론스타에 헐값에 매각됐다. 검찰은 당시 상황을 고려해 BIS 비율을 재산정한 결과 8%가 넘는 것으로 판단했다.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의 무책임한 감독=변 전 국장과 김석동(현 금감위 부위원장) 당시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은 외환은행 매각 협상 초기부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변 전 국장은 금감위가 자격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막연히 믿고 론스타와 외환은행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용인했다. 김 국장도 론스타 협상창구인 재경부가 인수자격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생각하고 론스타와의 협상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