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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중국의 북한 내정 불간섭 원칙 변화조짐"

입력 | 2006-11-07 16:54:00


지난달 북한 핵실험 이후 중국 당국은 자국 은행에 북한과 거래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도 줄였다. 물론 공식 발표는 없었다.

이처럼 중국 당국이 북한 핵실험 이후 드러나지 않게 실시한 대북(對北) 압박조치들은 중국이 지금까지 고수해온 '내정 불간섭'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중국이 대외정책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보인 것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WTO 가입을 통해 중국 경제가 공식적으로 세계경제체제에 편입되면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대외정책의 변화가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중국이 올 한해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에 두 차례나 찬성표를 던지고 강력한 대북압박정책을 사용한 것 자체가 그런 변화의 단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북한 핵 실험 이후 중국이 대북 제재에 본격 나서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까지 "중국이 여기까지 온 것은 정말 매우 이례적"이라고 높게 평가할 정도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국력이 신장하면서 오랫동안 견지해오던 타국에 대한 내정 불간섭 정책이 점차 밀리고 있는 형국"이라며 "중국이 최근 들어 국제현안에 부쩍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은 레바논 남부에 역대 최대규모인 1000명 규모의 병력을 평화유지군으로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북한 핵 실험뿐만 아니라 이란 핵개발과 수단 다르푸르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책 마련과정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현안을 처리하는데 있어서도 미국과의 공조 회수가 잦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외교부의 '실용주의 관료'들이 국력에 맞는 새로운 세계관 정립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중국외교 정책의 변화를 낳고 있다.

유엔의 한 소식통은 "지금 중국에선 북한과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북한과의 오랜 우호관계를 중시하는 군부 인사들의 논리를 차츰 압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