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과격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가 방사능 물질이 들어있는 '더러운 폭탄(dirty bomb)'을 이용해 9·11 여객기 테러에 버금가는 대규모 테러를 계획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영국 언론이 7일 보도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004년 7월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는 알카에다의 고위 조직원 디렌 배럿(34)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알카에다가 런던의 고급호텔과 템스강 밑을 지나는 지하철, 히드로 고속열차를 연쇄적으로 폭발시키는 대규모 테러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런던 울위치 크라운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그는 사상 최대 규모의 테러를 계획한 사실을 지난달 시인했다.
영국 수사당국이 입수한 배럿 씨의 메모에는 "런던을 잡아 찢고 템스강을 파열시킬 만큼 강력한 폭발이 일어날 때 생길 혼란을 상상해보라. 폭발과 홍수 익사로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함께 압수된 배럿 씨의 컴퓨터에는 미국 워싱턴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본부,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시티그룹 사옥 등에 대한 상세한 자료도 있어 이곳들도 공격 목표에 포함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미국 뉴욕의 주요 건물을 직접 답사했고 9·11 사태 5개월 전 그가 녹화한 테이프에는 9·11사태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WTC)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런던 북서부 출신인 배럿 씨는 윈래 힌두교도였으나 이슬람교로 개종했으며 이슬람 원리주의에 빠진 후 알카에다에 가입해 파키스탄과 필리핀에서 훈련을 받았다. 그는 야후 메일을 이용해 지령을 받고 다른 조직원들과 연락을 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