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1999년 12월 24일 금요일 오전 이른 시간이었다.
크리스마스 전날이자 주말을 앞둔 들뜬 분위기 속에서 사무실로 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SK 현주엽과 골드뱅크 조상현이 맞트레이드됐다는 소식이었다. 프로농구의 최대 빅딜로 불릴 만한 대형 뉴스였다.
한 살 차이인 이들은 신인드래프트 1순위 출신의 간판스타였다. 당시 현주엽은 프로 2년차였고 조상현은 신인이었다.
이 트레이드로 이들의 운명은 뒤바뀌었다. 현주엽은 굴지의 대기업에서 벤처기업으로 옮겨야 했던 반면 조상현은 표정 관리를 해야 했다. 이적 후 첫 시즌이 끝났을 때인 2000년 봄 결과가 나왔다. 조상현은 서장훈 황성인 등 호화 멤버와 함께 SK의 사상 첫 우승을 이끌며 환호했다. 현주엽은 시즌 내내 고전하다 9위의 성적으로 고개를 숙였으며 이후 거듭된 성적부진과 팀 매각설 등에 시달렸다.
그랬던 현주엽과 조상현이 올 시즌 LG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2002년 군 복무하던 상무에서 잠시 함께 뛴 적은 있지만 프로팀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주엽은 지난해 봄 KTF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뒤 LG로 옮겼다. 조상현은 SK에서 KTF로 트레이드됐다가 올봄 FA 자격을 얻어 LG에 둥지를 틀었다. 1년의 시차를 두고 닮은꼴 행보를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한 배를 타게 된 현주엽과 조상현은 시즌 초반 LG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첫 단추를 잘 끼운 LG는 올 시즌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규시즌이 끝나고 플레이오프에 접어드는 내년 3월에 LG농구단의 창단 10주년(11일)과 모기업인 LG그룹의 창립 60주년(27일)이 몰려 있어서다. 좋은 성적으로 기념일을 맞고 싶다. 반대의 상황은 생각조차 하기 싫다.
묘하게 얽힌 현주엽과 조상현은 이제 힘을 합쳐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하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