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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이슈점검/17년째 착공도 못한 장항산단

입력 | 2006-11-09 06:28:00


《#장면1

12월 ○○일 전북 군산시 군산국가산업단지에서 준공 축하 행사가 열린다. 문동신 군산시장은 “군산 경제의 새 막이 열렸다”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장면2

11월 ○○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나소열 충남 서천군수가 1인 시위를 벌인다. 그의 목에는 ‘잃어버린 17년-장항국가산업단지 즉시 착공하라’는 피켓이 걸려 있다. 한번 상상해 본 장면이지만 조만간 이 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지도 모른다.》

▽반쪽 사업 전락=금강을 사이에 둔 이웃 군산시와 서천군을 희망과 절망의 도시로 갈라놓은 것은 ‘군장(군산 및 장항) 국가산업단지 개발사업’.

건설교통부는 1989년 두 지역의 인접 바다를 매립해 산업단지(군산지구 480만 평, 장항지구 370만 평)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군산지구는 곧바로 착공에 들어가 드디어 내달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분양률도 이미 30%를 넘었다.

반면 장항지구는 17년이 지나도록 매립 허가도 나지 않은 상태. 처음에는 장항지구 해상경계 분쟁 때문에 미뤄졌지만 이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별다른 이유 없이 지연됐다. 뒤늦게 어업권 보상(1724억 원)과 진입로 공사가 대부분 이뤄지고 매립 예정지 외곽 호안도로 공사비(570억 원)도 확보됐지만 최종 단계인 환경영향평가에서 다시 해양수산부가 발목을 잡았다.

이에 주민들은 “정부가 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2일 ‘100인 결사대’를 조직해 대정부 투쟁을 강화하기로 했고 군의회 의원들도 연대투쟁을 결의했다.

▽갯벌가치 논란=장항지역 개발 논란의 핵심은 장항 갯벌의 보전 가치 여부.

서천환경운동연합은 “한일공동갯벌조사위원인 사토 신이티 박사도 장항 갯벌에는 새만금보다 더 많은 생물종이 살고 있다고 했다”며 “환경 재앙을 초래하지 않으려면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단체의 여길욱 사무국장은 “특히 검은머리물떼새 등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 조류가 장항 갯벌에 주로 서식하고 있다”며 “철새도래지를 망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천군은 금강 하구둑을 막은 뒤 해류 변화로 토사가 쌓이면서 장항지구는 이미 죽은 갯벌이 됐다고 주장한다. 해양부 자료에서도 장항 갯벌은 전국 갯벌 69곳 가운데 보전 가치가 겨우 61위로 나타났다는 것.

박종렬 경제진흥과장은 “철새는 대부분 장항지구에서 10km 이상 떨어진 금강 하구둑 상류나 유부도에 산다”며 “유부도 일대 1000만 평을 야생동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등의 환경 보완 대책도 수립했다”고 말했다.

▽서천군 ‘새만금 불똥’=서천군은 2004년 10월 환경영향평가가 시작된 이후 정부가 ‘보완 지시’만 계속하고 있는 것은 갯벌 문제 외의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덕수 기업유치담당은 “해양부가 철새 보호와 갯벌 보존에 대해 우려는 제기했지만 2005년 11월 건교부 주관 관계기관 회의에서 미비사항을 보완한 뒤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 정해졌다”며 “보완은 사업 추진을 전제로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데도 해양부는 3월 3차 보완지시를 내리면서 이번엔 소관 사항도 아닌 ‘경제성(분양 가능성)’을 문제 삼은 것.

이달 정부중앙청사에서 1인 시위를 할 것이라는 나소열 군수는 “정부가 새만금 사업으로 환경 정책이 후퇴했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환경단체가 반대하는 사업은 무조건 꺼리는 것 같다”며 “정책을 변경하거나 철회할 때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장항 갯벌이 양호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뒤 군산과의 형평성과 서천 주민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정책 판단을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해양부 관계자는 “이 문제가 최근 국가 차원의 문제로 부각돼 환경 문제로만 결론을 내릴 수 없게 됐다”며 “관계 장관 회의에서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