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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산책]퀴어 멜로? 그냥 슬픈 멜로!…‘후회하지 않아’

입력 | 2006-11-10 03:04:00

16일 개봉하는 퀴어멜로 영화 ‘후회하지 않아’에서 부잣집 아들 재민 역을 맡은 이한


《16일 개봉하는 영화 ‘후회하지 않아’(청소년 관람 불가)는 부잣집 아들 재민과 게이 호스트바 ‘선수’인 수민 두 남자의 사랑 얘기를 다룬 ‘퀴어 멜로’다. 동성끼리의 과감한 성 묘사와 직설적인 대사로 한국 퀴어 영화의 전환점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MBC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 KBS ‘굿바이 솔로’에 나왔던 이한과 단편영화 ‘굿 로맨스’에 출연했던 신인 이영훈. 실제로는 이성애자인 두 배우는 영화를 본 사람들이 ‘동성애자 아니냐’고 착각할 만큼 무리 없는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다. 두 배우가 말하는 영화 이야기를 들어 봤다.》

■ 이한

동성애 영화라고 해서 망설이진 않았어요. 감독님이 동성애도 남녀간의 사랑이랑 똑같다며 “여자친구 만나면 뭐해? 그거랑 똑같아”라고 하셨어요. 그냥 슬픈 멜로영화죠. 게이들은 매우 섬세하고 여린 사람들이라 그 감성을 표현해야 하니까 연기할 때는 좀 고민스러웠죠. 근데 다들 영화 보고 “동성애자죠?” 하시니 배우로서 뿌듯합니다. 잘했다는 칭찬으로 들려서요. 얼마 전 홍석천 선배를 만났는데 웃으면서 악수를 청하시더라고요.

부모님이 아직 영화를 못 보셨는데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것 같아요. 동성애가 아직 한국에서는 민감한 소재니까…. 그래도 요새 ‘왕의 남자’나 ‘브로크백 마운틴’처럼 동성애를 다룬 좋은 영화들이 나와서 거부감은 많이 없어진 것 같은데. 편견을 버리고 따뜻하게 봐 주세요.

정사 장면요? 진하죠. 그런데 전 첫 영화 ‘내 청춘에게 고함’에서 여배우와 베드신을 연기했거든요. 오히려 그때보다 편했어요. 여배우랑 하면 아무래도 더 떨리고 긴장돼요. 남자들끼리야 몸이 다 거기서 거긴데요, 뭘. 하하. 원래 수민 역이 탐났는데 감독님이 사이즈 때문에 안 된다고 하셨어요. 재민이가 더 커서 수민을 안아 주는 느낌이 나야 했거든요.

영화가 ‘신파’라고들 하는데, 전 신파라서 더 좋아요. 요새 TV나 영화에 나오는 사랑들이 너무 ‘쿨’하잖아요. 진부하고 신파적인 사랑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져요. 원래 사랑이 신파 아닌가요?

■ 이영훈

시나리오 받았을 때 어머니가 먼저 보셨는데 “배우라면 어떤 역할이든 해 봐야 한다”며 오히려 제 등을 떠미셨어요. ‘굿 로맨스’를 찍을 때 이송희일 감독님을 처음 만났어요. 그 이전엔 사실 게이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영화 찍으면서 감독님이 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게이들도 다 똑같은 보통 사람이라는 거 느끼면서 불편한 감이 없어졌죠.

촬영 전에 ‘로드무비’나 ‘퀴어 애즈 포크’ 같이 동성애를 다룬 작품들을 많이 봤고요. 영화 속에 게이 호스트바 장면이 나오는데 서울에 몇 군데 있다고 해서 실제 가서 보고 싶었지만 저희가 저예산이라 제작 여건상 그렇게는 못했어요. 그 장면이 충격적이지만 거기 나오는 마담(물론 남자)이 너무 웃겨서 많이들 웃으세요.

베드신 찍을 땐 처음엔 ‘어휴, 남자끼리 어떻게 해’ 그랬는데 막상 해 보니 편했어요. 남자끼리는 목욕탕도 자주 가고 하는 데 뭐 창피할 거 있나요? 오히려 어려웠던 점은 겨울에 찍어서 추위와 싸워야 했던 것이에요. 영화에 한강 다리(마포대교)를 차 타고 지나며 동료의 유골을 뿌리는 장면이 나오는 데 그게 슬프고 멋있게 나오지만 너무 추워서 눈물이 말라 버릴 정도였답니다. 다행히 영화가 입소문을 타고 있으니 고생한 보람이 있어요.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뒤 바로 팬 카페가 생기고 벌써 팬 미팅 행사가 열릴 정도죠. 작은 영화라 개봉관을 많이는 못 잡겠지만 장기 상영돼서 많은 분이 봤으면 좋겠어요.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