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든 타의든 퇴직이라는 것은 학교로 치면 졸업을 하는 것과 같다. 자기가 속했던 울타리에서 나와 다른 울타리로 옮기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퇴직은 자동차의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것과 같다고 본다. 인생이라는 먼 길을 달리는 데 하나의 타이어로 계속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타이어가 낡았으면 새로 갈아 끼우는 것이 당연하다. 정말 더는 이 상태로 달리기 힘들다면 차를 세우라. 그리고 타이어를 갈아 끼워라. 앞으로 더욱 잘 달릴 수 있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인생은 고해라지만 40대야말로 그 클라이맥스가 아닐까 한다. 40대는 의무와 권리 사이에서 의무 쪽으로 가장 심하게 기울어진 연령일 것이다. 직장에서는 어떤가. 잘나가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중간쯤에서 위아래의 요구에 짓눌려 칭찬은 고사하고 욕먹는 일만 많은 자리에 있기 쉽다. 그런 자리마저도 보전하기 어려워 잠재적인 실업을 두려워하며 전전긍긍하는 나날을 보내기 십상이다. 어쩌다가 이렇게밖에 살지 못하게 되었을까?
이 책은 저자가 예고 없이 닥친 시련을 오히려 인생의 큰 기회로 만든 개인사를 기록한 것이다. 편안한 글로 썼지만 자기 이야기이기 때문에 독자를 울컥하게 만드는 감동과 독자 눈높이에 딱 맞는 적절한 사례가 많아 읽기 좋은 책이다.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는 대한민국 아저씨들을 위한 인생 업그레이드 제안’이란 부제에 맞게 구체적인 지침도 소개하고 있다. 그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하나의 종착점에 닿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관계’에 관한 것이다.
첫째, 자신과의 관계이다. 사람들은 실제로 자신에 대한 지식과 정보에 어두운 편이다. 특히 지금의 40대가 살아온 시대는 ‘자기’라는 게 존재하는 것조차 모르고, 몰라야만 적응할 수 있었던 그런 때가 아닌가 싶다. 저자는 남자다움과 어른다움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기스러움’,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용기 있게 따르도록 권유하고 있다. 그 무엇보다 자기와의 관계를 복구하지 않는다면 지금 이상의 진전이나 자기만의 브랜드를 갖기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 가족과의 관계이다. 이 책의 큰 미덕은 저자의 가족이 어려운 시기를 겪어가는 과정을 기록했다는 데 있다. 책에서는 아내와 딸의 육성으로 가족에게 닥친 어려움을 이기고 더욱 단단해지기까지의 과정을 소상하게 들려준다. 대기업에서 최연소 이사로 승승장구하던 남편이 어느 날 회사를 그만두고 생소한 분야를 해보겠다는데 박수칠 아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평소 신뢰가 돈독했고 옛 직장보다 더 일을 즐기는 가장의 모습을 보고, 가족이 불안을 극복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배우자의 일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만이라도 일독을 권한다.
세 번째, 타인과의 관계이다. 저자의 주장은 간단하다. 존중하고 배려하라는 것이다. 지금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언젠가 그 자리에서 내려왔을 때 사람들이 자신을 예전과 같이 대접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그런 사람들은 퇴직 후 자신에게 남아있는 관계가 별로 없다는 데 치명적인 위기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금 어떤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든지 고객, 동료, 친구, 상사, 부하직원과 예의바르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야말로 측정할 수 없는 큰 사회적 자산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맛있게 읽히는 이 책을 통해 무겁고 찬바람 부는 가을에 인생의 후반부를 준비하는 40대들이 큰 힘을 얻으리라 기대한다.
이미경 환경재단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