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마라톤대회는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레이스다. 전국고교구간마라톤대회는 미래 한국마라톤을 짊어지고 갈 꿈나무들의 각축장이다. 전국체전과 동계훈련 사이의 공백기를 이어주는 소금 같은 역할도 한다. 선수들이 한 구간이 끝날 때마다 동료에게 건네주는 어깨띠에는 ‘땀과 우정’이 담겨 있다. ‘너에게 모든 걸 맡긴다’라는 굳은 믿음도 깔려 있다.
이번 제5회 전국구간마라톤대회 역시 스타의 존재 유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입증된 레이스였다. 자타가 인정하는 남자부 최강 배문고는 전은회라는 스타가 아시아경기 참가를 이유로 빠지는 바람에 3위로 추락했다. 충북체고는 전은회 같은 스타는 없지만 팀워크가 끈끈한 데다 6명 선수의 실력이 골랐다. 황규훈 육상연맹 전무는 “전은회가 가장 힘든 구간에서 1분 정도 벌려 주는데 이것은 사실상 상대팀에 3분 이상 뒤처져 있는 것 같은 압박감을 준다”고 말했다.
여자부 최강 상지여고는 여고 최대스타 양수현이 오랜만에 나왔지만 기대만큼 뛰어주지 못했다. 우승을 장담했던 정만화 감독은 1학년 원샛별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해 준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올해 처음 나와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한 작전여고의 선전은 놀라웠다. 임웅 감독의 육상뿐만 아닌 전인적 지도력이 빛을 발했다. 내년 여고 육상계에 작전여고 돌풍을 예고한 대회였다.
금강을 따라 펼쳐진 레이스는 늦가을의 정취가 완연했다. 시민들도 뜨거운 박수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모두들 백제의 미륵처럼 아늑하고 웅숭깊었다.
김화성 기자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