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SK커뮤니케이션즈 본사 회의실. 이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지원한 강보람(가명·24·여) 씨가 면접관 앞에 앉았다. 강 씨는 곧 테이블 위의 노트북 컴퓨터로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접속했다. 프로젝터를 통해 강 씨의 미니홈피가 화면에 비쳤다.》
○ 자기소개는 영어로 해야
화면에는 KBS 퀴즈프로그램인 ‘도전 골든벨’의 동영상 한 장면이 음악과 함께 흘러나왔다. 강 씨는 “지금은 여러분(면접관)이 나에 대해 맞혀 보는 ‘도전 골든벨’ 시간”이라며 “앞으로 제시하는 힌트를 잘 보면 나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그의 설명은 모두 영어로 진행됐다. 이 회사에서는 올해부터 자기소개 때 영어만 써야 한다.
강 씨가 면접관에게 낸 문제는 ‘그가 일하고 싶은 곳’을 알아맞히는 것이었다. ‘힌트’는 미니홈피 곳곳에 있었다. 과거의 사진을 통해 어학연수 경험 등 이력을 소개했고 좋아하는 스타의 모습으로 성격과 생활을 드러냈다. 문제를 맞히면 이 회사가 얻는 것은 바로 강 씨 자신이었다.
자기소개가 끝나자 곧바로 면접관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강 씨는 소신껏 자기주장을 폈지만 긴장한 탓인지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
한 면접관이 “오늘 왜 이렇게 얼어 있어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딱딱했던 면접장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
○ 직원 평균연령 30세, 젊은 기업의 젊은 실험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해부터 신입사원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미니홈피 면접을 보고 있다. 서류전형을 통과한 지원자에게 ‘도토리(미니홈피를 장식할 수 있는 싸이월드의 사이버 머니)’ 100개를 주고 미니홈피를 꾸미게 한 뒤 발표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친구를 대상으로 ‘나와 함께한 추억을 공모한다’는 콘테스트를 진행하고 도토리를 상품으로 내건 지원자, 미니홈피의 ‘미니룸’을 자신이 여행한 나라의 사진으로 꾸민 지원자, 자기에 대한 평가를 부탁한 뒤 도토리를 ‘사례’로 준 지원자 등.
면접관의 눈길을 잡기 위해 사극(史劇)의 주인공 차림을 하고 와서 미니홈피로 자기소개를 한 지원자도 있었다.
SK커뮤니케이션즈 직원의 평균 연령은 30세. 간부 사원도 대부분 30대다. 아이디어가 중요시되는 인터넷 기업인 만큼 미니홈피 면접이 필요한 인재를 가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이 회사는 설명한다.
○ 30명 뽑는데 2만 명 지원
이날 면접관으로 나온 메신저서비스팀 심준형(36) 팀장은 미니홈피 면접에 대해 “틀에 박힌 생각을 하기보다는 사고가 유연한 사원을 뽑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역시 면접관인 서비스혁신그룹 박지영(31) 그룹장은 ‘인터넷에 대한 관심과 논리적인 사고’를 중점적으로 봤고, 콘텐츠사업부 강인태(34) 부장은 ‘요즘의 트렌드를 알고 있는지’를 파악해 나갔다.
이른바 ‘싸이질(싸이월드를 하는 것)’이 곧 회사 생활인 SK커뮤니케이션즈는 올해 신입사원 30명을 뽑는다. 이 회사의 지원자는 2만여 명. 이 가운데 서류전형을 통과해 도토리 100개를 받은 이는 160명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