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안하는 ‘두 인생 체제’에서는 기본적으로 은퇴란 없다. 더 이상 두 번째 인생이 엉거주춤 첫 인생에 걸쳐 사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새로운 인생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발상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 우리들이 사춘기 동안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여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춘기’에도 보람 있는 노년기를 위하여 나름대로 과감한 실험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 확실하게 이 같은 새 개념으로 재무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본문 중에서》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속도는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2015년이면 평균수명이 80.1세에 이를 것이며 출산율 저하에 따라 2020년이면 젊은이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된다. 더구나 근래에 들어 조기 퇴직하는 경향이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2004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나이가 54.1세라고 한다. 그만큼 은퇴 후의 인생이 길어졌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우리가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연금은 2047년이면 완전히 고갈되며, 국민건강보험도 전혀 믿을 만한 게 못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노인 1인의 진료비는 일반인의 3, 4배가 되며 2020년에는 2000년에 비해 총의료비 지출이 4.8배가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외국의 사회복지 정책을 보아도 신통한 해결책이 없다.
이 책은 막막해 보이는 초고령 사회의 문제점과 그 대안을 생각해 보는 책이다. 저자는 인생을 두 부분, 즉 전반 50년까지의 번식 세대와 그 후 50년간의 번식 후 세대로 나눈다. 이 두 시기를 동등하게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통해 후반기의 인생 이모작을 철저하게 하라고 권고한다. 즉, 전반기 번식 세대는 자식들을 양육하느라 많은 돈이 들어가므로 피크 임금이나 복지 혜택을 오히려 젊은이들에게 주고, 번식 후 세대의 사람들은 보수는 낮지만 여유를 가지고 즐기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 시기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한 두 인생 체제에서도 모두 나름대로 직업을 갖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각자의 건강이다.
실제로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노인들이 젊은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생태학의 니치(niche·생물은 누구나 환경 속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공간, 즉 역할이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개념)를 이해하면 제1 인생과 제2 인생의 니치를 조정해 새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노후를 맞는 개인들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이 개념을 수용하고 또 사회적인 공감대가 이루어질 때에 실현이 가능할 것이다. 노후를 봉사하는 시기가 아니라 혜택을 받고 누리는 시기로만 생각해서는 이런 세상은 아예 오지 않을 것이며 각자의 보람과 인생의 의미도 찾을 수 없으리라.
‘진화생물학자가 진단하는 2020년 초고령사회’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주로 생물학적인 생존의 관점에서 노후에 대한 해결책과 준비요령을 설명한다. 부피는 작지만 객관적인 통계를 들어 가며 초고령사회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자신의 노후 및 인생 전체를 다시 계획하도록 자극한다. 저자는 중년에 다다른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책을 끝내고 있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철저하게!”
박재봉 한림대 의대·생화학교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