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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뷰티/메디컬 다이어리]환자위한 의료쇼핑 나쁜 것 아니다

입력 | 2006-11-15 03:00:00


“선생님, 가슴에 자꾸 멍울이 만져져요.”

“검사 결과 정상입니다. 걱정 안 해도 됩니다.”

“그래도 다른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저희를 믿으세요.”

가슴에 만져지는 묵직한 덩어리가 혹시 유방암이 아닐까 걱정했던 주부 박미경(45) 씨는 2년 전부터 다니던 S병원 의사의 말을 믿고 마음을 놓았다. 그러나 박 씨는 그로부터 6개월 뒤 허리가 끊어질 듯 너무 아파 찾은 Y병원에서 유방암이 온몸에 전이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여보, 힘들지? 그래도 조금만 참아. 항암치료를 받고 있으니까 곧 나을 거야.”

남편이 헌신적으로 돌봤지만 박 씨는 3개월 뒤 눈을 감았다. 박 씨의 남편은 S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용서할 수가 없어요. 그때 다른 병원에 가 보라는 말만 했어도….”

법원은 유방암을 의심해 추가적인 정밀검사를 하거나 받도록 권유하지 않은 이유를 들어 S병원이 박 씨의 유족에게 5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자신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는 ‘의료 쇼핑’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종전 의료보호제도)를 제한하겠다고 한 이유로, 그리고 민영 건강보험에 대해 제한을 두겠다는 배경으로 환자들의 무분별한 의료쇼핑을 들고 있다. 과연 우리 국민은 무분별한 의료쇼핑을 하고 있는가. 의료쇼핑은 무조건 나쁜 것인가. 아니다. 값비싼 물건을 구입할 때 한곳에 들러 바로 물건을 사는 경우가 얼마나 있는가. 아마 거의 없거나 있어도 드물 것이다. 주위에 물어보고, 인터넷에서 찾아 보고, 직접 여러 쇼핑센터에 들러 품질과 가격을 비교한 뒤 결정할 것이다.

물건을 살 때도 이렇게 신중하게 따지는데 소중한 생명과 직결된 일을 어떻게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결정하란 말인지 모르겠다. 환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단과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의사도 미심쩍은 대목이 있으면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추가 검사를 받도록 권유할 의무가 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 진단해도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의료쇼핑’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권해야 할 의료정보다.

신헌준 의료전문 변호사 j00n3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