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이백만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정문수 경제보좌관이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정책 실패의 책임을 묻고 성난 민심을 달래려면 이들의 경질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정도의 문책인사와 새로운 규제책을 내놓는 것으로 부동산시장 안정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청와대는 어제 “부동산정책을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는 데 변함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대통령 ‘코드’가 먼저 바뀌어야 정책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다.
후보 시절부터 부동산 문제를 경제라기보다는 정치사회적 문제로 접근하는 경향을 보인 대통령이다. 그는 2002년 12월 대선 투표일 이틀 전 “3선 의원들의 경우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등을 매입해 시세차익을 남긴 사례가 많았다”며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을 공격했다. 반대편을 ‘강남 투기자’로 모는 방식을 그때부터 쓴 셈이다.
대통령은 취임 직후 건설교통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집값과 땅값 안정을 정권 성패의 잣대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나 부동산 문제의 악화는 청와대가 부추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정도시 예정지인 충청권부터 집값 땅값이 들썩이기 시작해 ‘강남 죽이기’식 규제정책이 거듭될 때마다 강남부터 외곽까지 상승세가 확산됐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설계한 이정우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토지 사유권을 부정하는 논리까지 폈다. 김병준 전 정책실장은 ‘헌법처럼 바꾸기 힘든 부동산정책’ ‘세금폭탄’ 등으로 시장을 제압하려 했다. 김수현 비서관은 빈민운동의 연장선에서 부동산정책을 폈다. 정문수 보좌관은 “강남 아파트 공급론은 투기만 부추길 뿐”이라며 수급 원리를 외면했다.
이들과 대통령은 더 좋은 주거환경을 원하는 보통 민심을 무시한 채 ‘평등 장사’에 바빴다. 정부가 국토를 균형 발전시킨다며 개발정책을 남발해 2003년부터 올해까지 50조 원 이상의 토지보상비가 풀렸다. 땅값 집값 연쇄상승의 한 요인이다.
시장은 현실과 괴리된 정부의 ‘큰소리’를 믿기보다는 부동산 수급 추이와 돈의 흐름을 읽고 움직인다. 그런데도 국민을 강남과 비(非)강남으로 갈라 반목시키는 이념코드와 포퓰리즘 정략을 고집할 것인가. 주택담보대출이나 옥죄는 또 다른 규제로는 서민 실수요자만 괴롭힐 뿐이다. 궁극적으로 시장 친화적 코드가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