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신으로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김영태(30·회사원) 씨는 지금까지 선을 네 번 봤다. 상대 여성의 출신지는 서울 대구 전남 경남으로 다양했다. 그러나 이 사실도 주선자가 알려 줬을 뿐 김 씨는 상대의 고향이 어디인지 아예 물어본 적이 없다.
김 씨는 “서로 만나서 출신지를 묻는 것 자체가 촌스러운 일이며 또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시절 여자친구와 사귈 때 집안 어른들이 “결혼은 우리 지역 사람과 해야 한다”고 미리부터 언질을 줬지만 개의치 않았다.
요즘 젊은 세대는 상대방의 고향을 결혼의 조건으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정보회사 선우는 2005년 7월부터 2006년 6월까지 회원으로 가입한 4131명(남성 1849명과 여성 2282명)의 미혼남녀가 작성한 ‘배우자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향’을 배우자 조건 1순위로 꼽은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고 밝혔다. 고향을 조건 1∼3순위로 꼽은 사람도 9명뿐이었다.
회원들은 가입할 때 선우가 제시한 외모, 성격, 경제력, 고향 등 결혼 상대에 대한 15가지 조건 중 1순위부터 3순위까지 골랐다.
13년 전인 1993년 선우의 자료에 따르면 15가지 항목 중 1∼3순위로 결혼 상대의 ‘고향’을 꼽은 사람은 회원 1000명 중 150명으로 15%나 됐다.
이 회사 이웅진 대표는 “결혼을 앞둔 사람들이 경제적 조건을 중요하게 여기고 교통통신의 발달로 지리적 경계가 무너지면서 고향을 따지는 풍조도 퇴색됐다”고 말했다.
한편 배우자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으로 미혼 남성이 꼽은 것은 상대의 외모, 성격, 직업 순이었다. 외모를 1순위로 꼽은 이는 42.7%였으며 성격은 35.4%, 직업은 9.5%였다.
반면에 미혼 여성은 32.8%가 직업을 1순위로 꼽았고 성격은 32.7%, 경제력은 23.8% 순이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