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엥∼우웅∼∼.”
BMW의 2인승 스포츠카 ‘Z4 3.0si쿠페’(사진)의 박력 있는 엔진음과 배기음은 얌전한 운전자의 피를 저절로 뜨겁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스포티한 음색에 도취해 가속하다 보면 어느새 신호대기 때 옆에 섰던 다른 차량들은 멀찍이 뒤떨어져 버렸다.
직렬6기통 엔진을 차체 중심에 놓기 위해 유선형으로 길게 뽑아낸 엔진룸과 날카로운 이빨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 날이 선 지느러미와 같은 측면 디자인은 영락없이 성난 상어 모습이다.
군살 없는 몸 안에 숨어 있는 265마력짜리 3000cc 엔진은 실제 테스트에서 6.5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올려놨다.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은 핸들링과 코너링.
스티어링휠의 첫 느낌은 뻑뻑할 정도로 묵직하다. 그만큼 거친 노면이나 빠른 속도에도 차를 흐트러짐 없이 움직여 준다.
경기 용인시 마성톨게이트를 빠져나와 호암미술관으로 향하는 5km의 구불구불한 도로는 코너링을 만끽하기 그만인 장소. 형형색색 단풍 융단까지 깔린 이 길에서 Z4는 바닥에 달라붙은 채 자로 잰 듯 차선을 따라 날카롭게 내달렸다.
엔진이 일반 차량보다 차체 중심에 위치해 운동성이 뛰어난 ‘프런트 미드십’ 구조 덕분에 커브 길을 빠르면서도 깔끔하게 돌아 나갔다. 흔들림도 적어 코너링이 불안하지 않았다.
기분에 따라 변속기를 수동모드로 바꿔(팁 트로닉스 기능) 기어를 오르내리는 손맛도 쏠쏠했다.
Z4는 결코 ‘얌전히’ 탈 수 없는 차다. 출퇴근용 차라기보다는 운전의 맛을 느끼는 세컨드 카 개념이 강한 듯했다.
같은 8000만 원대의 다른 차들에서 누릴 수 있는 넓은 수납공간과 편안한 시트, 아기자기한 편의장치들을 Z4에서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