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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27년 만에 원작자-연출가 만나 난·쏘·공 다시 쏜다

입력 | 2006-11-16 03:00:00


신군부의 등장으로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 공연포기각서와 함께 막을 내려야 했던 연극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난쏘공)’이 2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1980년대 대학생과 운동권의 필독서가 되다시피 했던 동명의 장편소설이 이 연극의 원작. 1979년 초연됐으나 내용을 문제 삼아 당시 공연윤리위원회가 공연 포기를 종용했고 1980년 7월 3차 공연을 끝으로 다시는 무대에서 볼 수 없었다.

다시 ‘난쏘공’의 연출을 맡아 내년 봄 대학로 게릴라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중견연출가 채윤일(60) 씨가 원작자 조세희(64) 씨를 만났다.

채 씨는 ‘난쏘공’을 원작 의도 그대로 온전히 무대에 올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초연 때는 오로지 검열을 피하기에 바빴다”고 했다. 조 씨는 “사실 수많은 연출가가 이 작품을 하고 싶어 했는데 아무도 공연 허가를 못 따냈다”고 회상했다.

그러자 채 씨는 “사실은 당시 ‘아동극’으로 위장해 허가받았다”며 “당시 담당자였던 대령에게는 ‘베스트셀러로 돈 좀 벌어 보자’며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1980년에는 이 같은 거짓말도 통하지 않았다. 채 씨가 “‘공연포기각서를 쓰지 않으면 원작 소설까지 판매 금지시키겠다’는 말에 할 수 없이 각서를 썼다”고 하자 조 씨는 “이건 나도 오늘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

초연 당시 난쟁이 역은 150cm가 조금 넘는 단신 연극배우 김동수 씨가 맡았다. 이번 무대에서는 “키는 백십칠 센티미터, 몸무게는 삼십이 킬로그램이었다”라는 원작 소설의 묘사 그대로 117cm 크기의 인형을 등장시킨 뒤 배우가 인형을 조종하며 대사한다.

“27년 전 ‘난쏘공’이 시대에 대한 관객의 울분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집중했다면 2007년판에서는 이성적으로 접근할 생각입니다.”(채 씨)

“우리 사회가 민주화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비정규직 등 노동자 문제는 여전히 유효하지요. 젊은 친구들이 한 번쯤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미래도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조 씨)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