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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카페]현대·기아차 임원들의 숙제

입력 | 2006-11-17 02:57:00


《현대·기아차 임원들은 요즘 시간 날 때마다 ‘숙제’ 중입니다.한 달에 한 권씩 책 읽는 숙제. 물론 힘겹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더 힘겹습니다. 원高에 수익률 추락. ‘아는 만큼 보인다.’ 때아닌 독서숙제는 미래의 길 찾기입니다. 밖에서도 보입니다. 뚜벅뚜벅. 현대·기아차의 힘찬 발걸음.》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고위 임원들이 요즘 ‘독서삼매경’에 빠졌습니다. 그룹 인재개발실이 전무부터 이사대우까지 300여 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독서통신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 사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을 실시한 적은 있지만 전무급 이하 모든 임원에게 독서교육을 ‘지도’하고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지난달 14일부터 2개월 코스로 진행되고 있는 이 교육은 한 달에 지정 도서 한 권씩을 읽고 대학생처럼 리포트도 써 내야 해 교육 강도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매일 직원들을 독려하며 현장에서 뛰어야 하는 임원들에게 매월 한 권의 독서는 그리 녹록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마감일까지 리포트를 제출하지 못하면 하루에 벌점 1점씩을 주고 인사 평가에 반영한다고 하니 임원들이 받을 스트레스는 미뤄 짐작할 만합니다.

갈 길 바쁜 현대차 그룹이 ‘독서교육’을 임원에게까지 강요하고 나선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회사의 독서교육은 현대차 그룹이 겪고 있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게 현대차 임원들의 전언입니다.

최근 현대차는 임원뿐만 아니라 사원들까지 회사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달러당 1200원대를 오르내리던 환율이 갑자기 900원대로 떨어지면서(원화가치는 상승) 회사 수익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거칠기로 정평이 난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 연례행사처럼 치러야 하는 파업 투쟁도 회사의 발목을 잡는 악재 중 하나입니다. 날로 거세지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경쟁 속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현대차 그룹으로서는 변화와 혁신이 절실하지만 아직 그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룹 임원들은 이번 임원독서교육이 ‘변화의 싹’을 찾는 계기를 만들어 보자는 회사 측의 간절한 뜻이 담긴 게 아니냐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그룹 임원들이 14일까지 읽고 리포트를 써 내야 하는 책은‘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리더’라는 리더십 관련 서적이었습니다.

이번 독서교육이 현대차 그룹 임원들이 ‘변화의 돌파구’를 찾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