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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녕]3金

입력 | 2006-11-17 03:06:00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가 17일 만찬 회동을 하려다 하루 전날 무기한 연기했다.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왜 만나려 하는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무호남 무국가(無湖南 無國家)’를 외치며 사실상 정치활동을 재개한 게 자극제가 됐을 것이다. DJ와 노무현 대통령을 축으로 범여권이 결속할 움직임을 보이자 자신들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주변에선 “두 사람이 범보수 진영의 단결에 힘을 보태고 싶어 한다”는 말이 새나온다.

▷3김은 한국정치사의 산 증인들이다. YS는 1951년부터 46년간, DJ는 1954년부터 49년간, JP는 1963년부터 41년간 정치를 했다. YS는 재수, DJ는 4수 끝에 대통령이 됐다. JP는 대통령은 못 했지만 9선 의원에다 국무총리만 두 번에 7년간 했다. ‘정치 9단’이란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들은 실제 이름보다 영문 이니셜이 국민 귀에 더 익숙할 정도다. 나이는 모두 80세 전후로 증손자 볼 때가 됐다.

▷세 사람의 애증(愛憎)관계는 복잡하다. YS와 DJ는 민주화운동을 함께 한 동지이자 경쟁자였으나 1987년 대선 때 야당후보 단일화 실패로 사이가 틀어졌고, 1990년 3당 합당으로 완전히 갈라섰다. YS와 JP는 3당 합당 때 손을 잡았다가 1995년 지방선거 직전 JP의 민자당 탈당으로 갈라졌다. 둘은 2004년 JP의 정계은퇴 후 몇 차례 만나기는 했다. DJ와 JP는 97년 대선 때 DJP 연합으로 뭉쳤으나 2001년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 문제로 결별했다.

▷3김은 정치발전에 기여한 공(功)도 크지만 지역감정과 분할을 심화시킨 인물들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영남, 호남, 충청권의 ‘맹주’로 군림하면서 표(票)뿐 아니라 민심까지 갈라놓았다. 국가원로로서 나라 걱정하는 것까지야 말릴 수 없지만 현실정치에 더 간여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거니와 ‘아직도 3김인가’ 하는 국민이 많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