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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낙원에 이르는 門 희망곶…남아공 케이프타운의 매력

입력 | 2006-11-18 02:57:00

아프리카 대륙의 서남단인 희망곶(Cape of Good Hope)을 표시하는 이정표. ‘남위 34도 21분 25초, 동경 18도 28분 26초’라고 영어와 아프리칸스(토속어)로 씌어 있다. 케이프타운=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케이프타운의 지붕이라 할 테이블마운틴의 정상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 아래로 대서양에 면한 케이프타운 시가지와 테이블베이가, 오른쪽으로 탁자처럼 평평한 이 산정을 탁자보처럼 덮은 특별한 구름이 보인다. 케이프타운=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아프리카.

그 미지의 대륙이 열리고 있다.

물론 우리 관광객에게 하는 말이다.

대표적인 곳은 아프리카의 관문인 남아프리카공화국.

2000년 504명이던 남아공 관광객은 지난해 1818명으로 3.6배가 됐다.

항공편도 늘었다.

최근 타이항공이 방콕∼요하네스버그(남아공의 상업 중심지)에 취항했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남아공항공(홍콩 출발)과 코드셰어(남아공 항공기로 아시아나항공의 승객 및 화물을 운송하는 형식)로 이 노선에 취항했다.

희망봉이 있는 ‘아프리카 속의 유럽’, 케이프타운으로 안내한다.》

11시간 10분. 홍콩을 출발한 남아공 항공기가 요하네스버그 공항에 착륙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이렇듯 아프리카는 멀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그런 점이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한다. 남반구의 남아공은 지금 늦봄. 곧 여름에 들어서니 한국 여행자에게 한겨울 여행지로 으뜸이다.

긴 비행이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야간운항이라는 점. 아침잠에서 깰 즈음 비행기는 요하네스버그 공항에 접근한다. 이때 놓치지 말아야 할 풍경 하나. 통유리벽에 반사된 아침 햇빛으로 신 새벽에 찬란히 빛을 발하는 금융가의 마천루 숲이다. 지구의 ‘금, 다이아몬드 시장’이라는 도시 모습을 이보다 더 명쾌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다.

○ 희망의 도시, 케이프타운

대륙 남단으로부터 북으로 2000km, 동쪽 인도양 해안으로부터 서쪽의 내륙으로 1500km에 걸쳐 펼쳐진 너른 땅 남아공. 케이프타운은 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항구도시다.

기후는 내륙(반사막기후)과 달리 지중해성을 띠고 자연풍광은 캘리포니아 해안을 닮았다. 그래서 절대소수의 백인이 인구의 대다수인 흑인을 지배했던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정책’. 1994년 종결) 시절, 이곳은 백인들의 낙원이었다.

케이프타운의 명소라면 워터프런트와 테이블마운틴을 든다. 바르톨로뮤 디아스의 희망봉 발견(1488년), 바스쿠 다 가마의 인도항로 개척(1498년) 이후 시작된 대항해 시대. 케이프타운은 유럽을 출발한 모든 배가 인도양 횡단에 앞서 물자를 보충하던 보급 항이었고 그 현장이 워터프런트다.

테이블베이에 자리 잡은 이 유서 깊은 항구는 샌프란시스코(미국)의 피어서티나인보다 아름답고 시드니(호주)의 달링하버보다 사랑스럽다.

테이블마운틴은 케이프타운의 지붕 격의 산. 케이프타운이 있는 테이블베이를 뒤에서 호위하는 듯한 형국이다. ‘탁자산’이라는 이름은 그 외관에서 왔다. 산허리를 수평으로 베어낸 듯 평평한 산정 모습이 그것. 혹자는 생일케이크를 닮았다고 했다. 산정은 로프웨이(케이블카)로 오르는데 거기서 바라다 보이는 해안 풍치는 세계 최고라 할 만하다.

워터프런트 정면으로 골프장의 ‘아일랜드 그린‘을 연상케 하는 납작한 평지 섬, 로빈 아일랜드가 보인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수감됐던 감옥섬이다.

○ 희망봉에 대한 오해와 진실

대체로 잘못된 상식 하나. ‘희망봉=아프리카대륙 최남단’은 오류다.

대륙 최남단은 희망봉에서 동쪽 200km 지점의 케이프아굴라스다. ‘희망봉’이라는 이름도 잘못됐다. ‘봉’이 아니라 ‘곶’(바다를 향해 돌출한 지형)이다.

희망봉에 가보라. 봉우리는 없다. 바다로 돌출한 바위절벽이 있을 뿐이다. 이것이 영어로 ‘케이프 오브 굿 호프(Cape of Good Hope)’로 명명된 희망곶의 맨 끝, 케이프포인트(아프리카대륙의 최서남단)다.

이곳은 케이프타운을 찾은 여행자가 ‘반드시’ 돌아보는 하루 자동차여행 코스. 가는 도중에는 들를 곳이 많다. 수천 마리의 펭귄무리와 함께 사는 해변마을, 물개 수천 마리가 한가로이 낮잠 자는 돌섬, 기막힌 풍치의 해안도로, 해안절벽의 멋진 식당에서 맛보는 해산물 런치 등등.

희망곶은 ‘케이프페닌슐라’라는 반도 지형의 끄트머리. 거대한 구릉의 산 너머로 케이프페닌슐라 국립공원 지역인데 가다보면 초원에서 어슬렁거리는 바분(원숭이의 일종) 무리와 타조도 본다.

희망곶 지역은 의외로 넓다. 인도양 쪽은 해안절벽을 이루고 대서양 쪽은 산기슭이 내리닫이로 해안까지 이른다.

작은 등대가 설치된 케이프포인트는 바위절벽인데 여기가 공식적으로 아프리카 대륙 동쪽의 인도양과 대륙 서쪽의 대서양을 가르는 기준점. 기념품으로 파는 ‘두 대양 공기’ 캔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해안에는 북위와 남위, 그리고 영어와 아프리칸스(토속어)로 희망곶의 위치를 표시한 이정표가 있다. 희망곶을 다녀갔다는 증명사진 촬영장소로 그만이다.

산정에는 또 하나의 등대가 있는데 거기까지는 계단이나 로프웨이로 오른다.

케이프타운=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