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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베스트셀러]강남 타워팰리스 주민들은

입력 | 2006-11-18 02:57:00


《어떤 책을 읽는지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 준다. 동네 서점의 베스트셀러엔 대형 서점 체인의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가 보여 줄 수 없는 그 동네만의 표정이 스며 있다. 책을 통해 지역의 얼굴을 그려 보는 ‘우리 마을 베스트셀러’를 연재한다.》

한국 제일의 부촌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옆 상가 지하엔 100평 규모의 서점 골드북이 자리하고 있다.

매장에 들어서면 중앙의 영문 원서 진열대가 먼저 눈에 띈다. 국내에 이미 번역서가 나온 일본만화 ‘나루토’ ‘나나’의 영문 번역판, ‘해리 포터’ ‘다빈치 코드’ 같은 소설의 영문 원서들이 쌓여 있다.

서점에서 책은 ‘누워 있으면 산 것, 서 있으면 죽은 것’으로 친다. 최석준 점장은 “1월에 서점 문을 처음 열 땐 영문 원서를 뒤쪽 서가에 세워 꽂아두었는데 6개월 만에 중앙 진열대에 눕혀 진열하게 됐다”고 말한다.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주민이 많아 영문 원서에 대한 수요가 다른 어느 곳보다 많아서다.

일본만화 영문번역판의 주 고객은 중학생, 소설 영어 원서의 주 고객은 20, 30대 여성들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경우 국내 번역본은 두 권짜리, 원서는 한 권짜리라 원서를 사가는 사람이 꽤 많다고 한다. 소장용 하드커버 책이 잘 팔리는 것도 이곳의 특징.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도 하드커버 위주로 들여놓았는데 예상이 적중했다. 최 점장은 “‘해리 포터’도 번역본보다 소장용 하드커버, 영문 원서가 잘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이벤트용, 참고서를 제외한 단행본 중 최근 한 달간 판매 1위는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였다. 논술 대비 글쓰기 참고도서로 이름난 덕분이다. ‘부의 미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그 뒤를 이었다. ‘부동산 투자는 과학이다’처럼 부동산 관련 책들이 유난히 잘 팔리는 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책을 10권씩 뭉텅이로 사는 손님들이 많은 서점답지 않게, 바깥 간판에는 ‘서적할인점’이라고 적혀 있다. 처음엔 ‘골드북 도곡점’으로 걸었다가 한 달 반 만에 할인 없이 생존이 어려운 유통구조를 파악하고 간판을 바꿨다고 한다. 씁쓸한 풍경은 부촌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인터넷 서점에선 어떨까. 예스24에서 최근 한 달간 판매 1위는 ‘피라니아 이야기’였지만 타워팰리스 거주자로 렌즈를 좁히자 얼마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왔던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가 1위를 차지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