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법원 결정 수용 못해”17일 춘천지검을 방문한 정상명 검찰총장(가운데)이 최근 법원의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총장이 이상도 춘천지검장(왼쪽), 조근호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과 함께 직원 간담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는 외환카드 주가 조작 혐의 등으로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네 차례 기각된 것에 불복해 17일 서울중앙지법에 준항고를 청구했다.
검찰이 법원의 영장 기각에 불복해 준항고를 청구한 것은 1997년 서울지검이 압수수색영장 기각에 반발해 준항고를 청구했다가 기각된 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영장 기각과 재청구가 반복돼 온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준항고가 기각되거나 각하되면 대법원에 재항고를 청구하고, 재항고 역시 기각되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검찰이 청구한 준항고 사건을 형사항소1부에 배당했다. 이상훈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가급적 신속하게 심리하겠다. 다음 주 초까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법원의 영장 기각, 승복 못 한다”=검찰이 준항고 카드를 꺼낸 데에는 “법원의 영장 기각을 도저히 승복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 보겠다”는 강경한 의지가 배어 있다.
검찰은 준항고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영장 발부 기준과 현행 영장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계속 지적해 나감으로써 앞으로 있을 영장제도 개선 논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생각이다.
채동욱 대검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이 17일 브리핑에서 “현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재판부는 2명의 판사가 같은 방에서 일하면서 사실상 영장 발부를 협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영장이 재청구되더라도 독립된 영장 재심사가 어렵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현재 국회에는 법원의 영장 기각에 불복할 수 있는 ‘영장 항고제’ 도입을 포함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준항고’ 받아들여질까=준항고는 구금·보석·압수 등에 관한 법원의 결정에 대해 불복하는 절차다.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처분에 이의가 있을 때에도 준항고를 청구할 수 있다.
검찰은 1997년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된 데 불복해 준항고를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대법원에서도 재항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장 기각과 관련한 첫 준항고 판례였다.
당시 대법원은 “준항고 청구 대상은 ‘재판장 또는 합의부 수명(受命)법관이 한 재판’에 국한되는데 영장전담 판사는 ‘수사기관의 청구에 의해 영장을 발부하는 독립된 재판기관’으로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대법원 판례가 확립돼 있는 만큼 검찰의 준항고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검찰은 “영장전담 판사만 준항고 청구의 예외로 두는 것은 형식적인 논리”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17일 춘천지검을 방문해 “판례도 시대정신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정 총장은 “론스타 수사가 생각보다 어렵다”며 “사법 정의 실현에 대한 (법원과 검찰의) 견해가 같지만 실현 방법에서는 시각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서로 조정하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원, “검찰 통계는 오류”=대법원은 17일 검찰이 최근 “한국의 구속 비율이 사법 시스템이 유사한 일본은 물론 독일이나 미국보다 낮다”고 주장한 데 대해 “검찰이 각국의 형사절차상 특이점을 도외시하고 한국보다 구속비율이 낮게 나올 수 있는 자료를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지난해 한국의 전체 형사 입건자 중 구속자 비율(구속점유율)은 2.6%로 일본(약 6.7%)보다 훨씬 낮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본에서는 모든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지 않는데도 검찰은 한국과 일본의 검찰청 자료를 단순 비교했다”고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의 통계에 오히려 오류가 있다”고 재반박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