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전문 사진작가 오환 씨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16일 오후 자동차경주 전용경기장인 경기 용인시의 스피드웨이. ‘바비 인형’을 빼닮은 한 여성 카레이서가 질주하는 레이싱카들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캬∼, 이 냄새, 이 사운드….”
이 미녀 카레이서는 슈퍼모델 출신 배우 이화선(26). “냄새라니, 무슨 냄새 말이에요.” 첫 대면에서 인사도 나누기 전에 다짜고짜 물어 봤다. 이화선은 “타이어 타는 냄새요, 정말 죽이지 않아요? 그리고 이 소리들요. 경기장에 오면 정말로 흥분돼요, 나도 빨리 연습하고 싶은데 탈 순서가 빨리 안 오네요”라고 말했다.
경주차가 급가속이나 제동할 때 노면과의 마찰로 생기는 속이 메스꺼운 타이어 타는 냄새를 즐긴다? 이 말로 이화선은 확실히 ‘필’이 꽂힌 카레이서라는 것이 증명됐다.
이화선이 카레이싱에 관심을 갖게 된 때는 불과 2년 전인 2004년 늦가을. 대학 1학년 때(1998년) 딴 운전면허증은 장롱 속에 처박아둔 지 오래였고 자동차 경주는 ‘남의 일’이었다. 당시엔 오히려 온라인게임 ‘폐인’이었다.
2000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입상해 연예인이 된 그녀는 게임전문방송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코너를 맡은 것이 계기가 돼 나중엔 어머니에게 밥도 컴퓨터 앞으로 가져다 달라고 할 정도로 게임에 몰두했단다. 그러던 어느 날 온라인게임인 ‘리니지’를 하고 있는데 우연히 연예인 카레이서로 유명한 이세창과 같은 ‘혈(동맹)’에서 만나 온라인 채팅으로 카레이싱을 권유받았다고.
‘세창: 화선아 카레이싱 넘 재밌다. 너도 한번 해 보면 미칠 거다, ㅎㅎ’
‘화선: 오빠, 나 장롱 면허예요, 겨우 운전 연수받고 있걸랑요, ^^∼’
‘세창: 카레이싱에선 주차하느라 뒤로 갈 필요도 없고, 앞으로만 빨리 가면 돼, 그럼 경기장에서 보자’
그래서 연예인 레이싱팀 ‘알스타즈’에 입단한 이화선은 연습 첫날 대형사고를 쳤다. 처음 경주트랙에 나선 그녀는 방호벽으로 쌓아 놓은 타이어들을 들이받고 그도 모자라 타이어를 타고 넘어가 경기장 철망을 뚫고 나갔다. 1995년 용인 스피드웨이가 생긴 이래 레이싱카가 경기장 철망까지 뚫고 나가긴 이때가 처음.
하지만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 같다”는 레이싱 대선배 이세창의 말처럼 이화선은 배우는 속도가 무척 빨랐다. 2005년 클릭 스피드 페스티벌 시리즈 7경기에 연이어 출전하며 우승 2회, 준우승 2회로 시리즈 통합 3위에 올랐다. 그러자 팀에서 별명도 ‘어리버리’에서 ‘복덩이’로 바뀌었다고. 철조망 사건 말고 다른 사고는? 왜 없겠는가! 그해 11월 최종 7차전에서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경주차를 두 바퀴 반이나 굴리는 사고(?)를 내 경주차를 폐차했다. 몸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채….
올해는 영화 출연 등 바쁜 일정으로 경기 출전을 못 했지만 매달 한두 번꼴의 연습엔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는 이화선은 ‘질주 본능’을 더는 참지 못하고 26일 벌어지는 경기에 참가 신청을 하고 맹훈련 중이다.
용인=전 창 기자 jeon@donga.com
●이화선은…
▽생년월일=1980년 2월 29일 ▽신체조건=173cm 51kg ▽출신교=서울 신남성초-상도여중-서문여고-숙명여대 경제학과 ▽레이싱 입문=2005년 클릭 페스티벌 1전(4월 17일) ▽레이싱 입상경력=2005시즌 클릭(R/D) 부문 2전, 5전 우승, 1전, 4전 각 2위, 시리즈 종합 3위 ▽레이싱 소속팀=알스타즈(R-Stars) ▽연예계 입문=2000년 슈퍼모델대회 프리지아상 ▽주요 출연작=TV 드라마 KBS ‘포도밭 그 사나이’ ‘언제나 두근두근’, SBS ‘골뱅이’, 영화 ‘미스터주부 퀴즈왕’ ‘미스터 로빈 꼬시기’(12월 개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