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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28년 미키 마우스 데뷔

입력 | 2006-11-18 02:58:00


나이를 먹지 않는다. 언제나 활짝 웃는 미소. 둥근 귀를 쫑긋 세우고 커다란 신발을 신은 채 80년을 슈퍼스타로 군림해 왔다.

본명은 ‘마마듀크(marmaduke)’. 스페인에선 미겔 라토노시토, 일본에서는 미키 구치로 불린다. 피아트는 그의 이탈리아 별명을 따 ‘토폴리노’라는 자동차를 만들었다.

포브스가 집계한 2003년 한 해 수익이 58억 달러.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캐릭터 ‘미키 마우스’다.

월트 디즈니는 왜 하필 생쥐를 주인공으로 삼았을까. 그가 미키를 창조한 곳은 캔자스시티에서 사업이 망한 뒤 할리우드로 가는 기차 안. 수중엔 40달러뿐이었다. 곤궁한 처지의 그로선 지저분하고 볼품없는 생쥐의 화려한 성공이 목말랐을 거다.

디즈니는 만화가 지닌 상업적 가치를 정확히 꿰뚫어봤다. 앙증맞은 만화 캐릭터의 춤과 연기가 아이와 어른 모두를 사로잡으리라 확신했다.

1928년 11월 18일. 삼촌에게 빌린 초기자본 500달러로 만든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가 드디어 공개됐다. 결과는 대성공. 미키 마우스의 데뷔로 디즈니 신화의 돛이 올려졌다. 꿔준 돈을 주식으로 받길 거절했던 삼촌은 한동안 앓아누웠단다.

미키의 성공과 함께 식구도 불어 갔다. 소심하지만 인간적인 도널드 덕과 낙천적인 구피, 여자친구 미니 마우스가 생겼다.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 신데렐라, 피노키오도 디즈니 군단에 합류했다. 지금도 디즈니에 돈다발을 안기는 ‘좋은 친구들’이다.

미키 없는 디즈니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미키 마우스는 2003년 진짜 만인의 연인이 될 뻔했다. 2003년은 월트 디즈니가 사망한 지 70년째. 미국 저작권법상 ‘증기선 윌리’는 공공 영역에 영원히 귀속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디즈니사가 포기할 리 만무했다. 민주, 공화 양당의 상원의원에게 건넨 기부금만 80만 달러가 넘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로써 탄생한 것이 ‘미키마우스법(Micky Mouse Act)’. 최소 2023년까지 미키의 ‘노예 계약’은 연장됐다.

자기 걸 지키는 게 뭐가 어떤가. 하지만 미키와 함께 디즈니를 이끈 백설 공주나 피노키오도 그렇게 생각할까. 그림 형제 작품이나 전래동화의 사용료를 디즈니는 한 푼도 지급한 적이 없다. 오히려 그들도 미키와 함께 종신계약에 묶여 있다. ‘좋은 친구’란 이런 것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