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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순덕]선택할 자유

입력 | 2006-11-18 02:59:00


“10년 전 이 책이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사회주의는 물질적 번영과 자유를 가져오는 유망한 시스템이고, 자본주의는 아니라고 믿는 사람이 많았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1990년판 ‘선택은 마음대로(Free to Choose)’의 서문에 쓴 말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소련 경제는 서구 자본주의를 무섭게 위협하고 있었다. 국가 엘리트의 철저한 중앙통제와 계획경제가 성장과 평등을 동시에 달성한 것으로 소문났다.

▷인간을 위한다는 사회주의는 인간에게 ‘선택할 자유’를 주지 않는 모순이 있다. 그래서 1970년대에 이미 정점을 찍었지만 1980년대가 끝날 무렵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동유럽과 소련이 무너졌고 중국은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세계의 공장’이 됐다. 개인이 성공에 대한 보상을 누리지 못하는데 국가가 더 발전하기는 힘들다. 영국과 미국에선 1980년을 기점으로 ‘프리드먼 경제학’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마거릿 대처 총리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작은 정부, 큰 시장’ 정책은 프리드먼의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리드먼 경제학은 ‘개인의 선택과 책임’으로 요약된다. 인간에게는 스스로 선택할 자유가 있고, 정부의 이름으로도 이를 막아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믿음도 여기서 나왔다.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자문에 응해 시장경제를 역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권운동가들은 그가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을 때 “독재자를 도왔다”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그래도 오늘의 칠레 경제는 피노체트가 시장경제의 토대를 닦은 덕에 남미 국가 중 최고다.

▷미국 공영방송 PBS는 1980년 ‘선택은 마음대로’를 10부작 다큐멘터리로 방영했다. 프리드먼은 그 시절을 ‘내 생애 가장 흥미롭던 때’로 꼽았다. 40년 가까이 홀로 광야에서 자유주의 경제학을 외치다 비로소 세상의 박수를 받았기 때문일까. 그는 16일 세상을 떠났지만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그의 경제학은 계속 살아 있을 것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