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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토크]만찬의 ‘화룡점정’… 황금빛 디저트와인

입력 | 2006-11-18 03:01:00


프랑스 보르도 남쪽 소테른 지역은 9월 하순부터 물안개가 자주 낀다. 두 개의 강이 만나면서 온도 차이 때문에 생긴 안개다.

와인 생산이 천직인 이 지역 농부들은 안개가 심해지면 한숨만 내쉬었다. 안개로 습도가 높아지면 포도에 곰팡이의 일종인 보트리티스균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느 날 한 농부가 우연히 균이 핀 포도를 맛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디저트 와인’이 태어난 순간이다.

화려한 만찬의 마무리는 디저트다. 이때 디저트와 함께 즐기는 디저트 와인은 만찬의 ‘화룡점정’에 해당한다.

소테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황금빛 와인은 디저트 와인의 황제로 통한다. 껍질이 얇은 세미용에 약간의 소비뇽 블랑, 뮈스카델을 섞어 빚는다.

한 병에 400∼500달러를 호가하는 ‘샤토 디켐’은 그중에서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샤토 디켐과 푸아그라(거위 간으로 만든 음식)를 함께 먹는 것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여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

와인 수집가인 프렌치 레스토랑 ‘팔레드 고몽’의 서현민 사장은 “한식에는 디저트란 개념이 없지만 소테른 외에도 다양한 디저트 와인의 세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모스카토’는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디저트 와인. 나무에 매달린 채 수확기를 넘긴 당도 높은 포도로 만들어 단맛이 강하다.

독일에서 처음 생산된 ‘아이스 와인’은 포도가 얼 때까지 기다렸다가 압착해 만든다. 극도로 무르익은 포도로 만들어 달콤하면서 감미로운 맛을 낸다.

포르투갈의 포트와 마데이라, 스페인의 셰리, 헝가리의 토카이도 좋은 디저트 와인으로 꼽힌다.

포트, 마데이라, 셰리는 포도주에 브랜디를 넣어 발효를 중단시키고 알코올 도수를 18∼20도까지 높인 와인. 맛이 달고 진하며 병을 연 뒤 한동안 두고 마셔도 맛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포트와 마데이라는 발효 중, 셰리는 발효 후 브랜디를 넣는다는 점이 다르다.

▽잠깐!=디저트 와인은 코스별로 나오는 정찬에서 ‘식전주’로 마시기도 하지만 대부분 식후에 마신다. 케이크, 푸딩, 치즈 등 디저트는 와인보다 덜 단 것으로 택한다. 치즈는 블루치즈처럼 크리미한 종류가 어울린다. 물론 디저트 와인 자체가 훌륭한 디저트이므로 다른 음식 없이 마셔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단, 차게 마셔야 좋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