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洞(동)’은 ‘수(수)’와 ‘同(동)’이 합쳐진 한자이다. ‘同’의 갑골문은 두 개의 ‘口(입 구)’가 합쳐진 것을 나타낸다. 이에 따르면 ‘同’은 ‘합쳐지다’라는 의미가 된다. 漢(한)나라 시대의 자전인 說文解字(설문해자)에도 ‘同’은 ‘會合(회합)’, 즉 ‘모이다, 합쳐지다’라는 뜻을 갖는다고 기록돼 있다. 이렇게 보면 ‘洞’은 ‘물이 합쳐지다, 물이 모이다’라는 뜻이 된다.
오늘날의 자전을 보면 ‘洞’의 첫 번째 의미는 ‘골, 골짜기’인데, 이는 물이 합쳐지거나 물이 모이는 곳이 ‘골짜기’이기 때문이다. ‘골짜기’는 비어 있으므로 ‘洞’은 ‘비다, 공허하다’라는 의미를 갖게 됐고, ‘비다, 공허하다’라는 의미로부터 ‘굴, 동굴’이라는 의미가 생겼다. ‘空洞(공동)’은 ‘텅 빈 굴’이라는 뜻이다. 악기 중에 퉁소는 기다란 굴의 형태로 되어 있다. 따라서 ‘洞’에는 ‘퉁소’라는 뜻이 있다. ‘골짜기’는 깊게 파여 있다. 그러므로 ‘洞’에는 ‘깊다, 깊숙하다’라는 의미가 있다.
‘골짜기’를 멀리서 바라보면 위쪽과 아래쪽이 시원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에 따라 ‘洞’에는 ‘통하다, 트이다, 꿰뚫다, 관통하다’라는 의미가 생겨나고, 통하거나 트인 곳은 밝은 상태가 유지되므로 ‘밝다, 명백하다’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洞察(통찰)’은 ‘꿰뚫어 관찰하다’라는 뜻이다. 역사극에서 신하가 왕에게 자주 하는 ‘洞燭(통촉)하소서’라는 말은 ‘꿰뚫어 비추소서’, 즉 ‘똑똑히 보시옵소서’라는 뜻이다. ‘燭’은 ‘촛불, 비추다’라는 뜻이다.
‘골짜기’에는 물이 흐르므로 사람이 마을을 이루어 산다. 따라서 ‘洞’에는 ‘마을, 동네’라는 뜻이 있다. 오늘날 국내 지명에 ‘邑面洞(읍면동)’이 사용되는 이유는 ‘洞’에 이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洞口(동구)’는 원래 ‘굴의 입구’를 나타내지만 요즘은 ‘마을의 입구’를 나타낸다. ‘洞’이 ‘골짜기’와 관련된 의미로 쓰일 때는 ‘동’으로 읽고, ‘꿰뚫다, 관통하다’라는 의미로 쓰일 때는 ‘통’으로 읽는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