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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시험 스트레스 끝?… 점수 스트레스 시작!

입력 | 2006-11-20 03:04:00

서울의 한 고3 교실 칠판에 적힌 ‘꼭! 수능에 대해 말하지 말기’라는 글에는 수험생들의 불안이 그대로 담겨 있다. 수험생들이여, 결과가 어찌 됐든 그동안 쉬지 않고 노력한 자신에게 상을 주자. 시험이 끝났으니 이제 자신이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을 해 보자.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나흘 지났다. 시험 치르기 전 못지않게 치른 후에도 수험생들에 대한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결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불안이나 우울증에 빠질 수 있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울증은 ‘자살’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실제로 서울광역정신보건센터에 접수되는 수험생 자살상담건수는 시험 전에는 거의 없다가 시험 직후부터 4건당 1건꼴로 늘어난다고 한다.

○ 결과 때문에 불안하다

시험이 끝났는데도 시험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해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 불안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완벽하고 꼼꼼한 성격을 가진 수험생일수록 불안은 크다.

을지병원 신경정신과 신홍범 교수는 “고민을 혼자 하지 말고 가족 또는 친구에게 마음을 많이 노출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시험 결과에 대한 공통적 고민이기 때문에 친구들과 서로 나누면 불안감이 희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윤세창 교수는 “부모도 시험 전 까지는 함께 긴장하다 막상 수능이 끝나면 아이들을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함께 연극이나 영화를 보고 외식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마음이 우울하다

예상보다 결과가 좋지 않은 수험생들은 어느 대학을 지원해야 하나,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 드리나, 친구들 얼굴은 어떻게 보나, 내 인생은 실패한 걸까 등등 좌절에 빠져 비관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식욕이 없고 △잠을 못 자고 △매사에 흥미를 잃고 사람들을 피하는 수험생들은 우울증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어떤 청소년들은 짜증을 내거나 반항하고 방에 틀어박혀 잠만 자기도 한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민성길 교수는 “이럴 땐 부모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며 “야단을 치기보다 용기를 북돋우는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할 때는 햇빛(일광)을 많이 쬐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요즘처럼 낮 시간이 짧아지고 일조량이 부족할 때는 더욱 그렇다. 우울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생활에 장애가 있을 정도이면 전문의를 찾아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마음은 답답한데 털어놓고 싶은 사람이 없다면 공공기관 상담센터를 찾는 것도 좋다. 청소년보호위원회 산하 한국청소년상담원(전화 1388)을 통하면 다급한 위기 해결에서부터 근본적인 심리상담까지 종합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광역정신보건센터 전화(1577-0199)나 컴퓨터 채팅 상담(www.suicide.or.kr)도 가능하다.

○ 규칙적인 생활을 하자

긴장이 풀려 일상이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데 규칙적인 생활 리듬은 지키는 것이 좋다. 평소 배우고 싶었던 분야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할 만하다.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이 운영하는 서울 교육 포털 시스템(ssem.or.kr)에서는 전국의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