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셔먼 전 미국 대북조정관은 1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 임명되는 대북조정관은 미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에서 신뢰를 받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미국 의회가 대북한정책을 놓고 얼마나 강하게 행정부를 압박할지, 그리고 의회의 주도로 신설된 대북정책조정관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2000년 대북정책조정관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미관계 개선을 논의했던 웬디 셔먼(올브라이트 그룹 책임자) 전 대통령특별보좌관은 16일 워싱턴에서 본보와 회견을 갖고 바람직한 조정관의 역할 등을 제시했다.
“10월 17일 발효된 국방수권법에 따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60일 내에 조정관을 임명해야 한다. 이 법은 1998년 클린턴 행정부 때 임명한 조정관을 모델로 한 것이다. 현재는 민주당이 다수당이지만 당시는 공화당이었다. 국방수권법은 민주 공화 모두의 지지 속에 만들어졌다. 내 생각에 의회는 분명히 (대북) 정책의 변화를 원한다.”
―2000년 당시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일할 때와 현 상황을 비교한다면….
“지금이 매우, 매우, 매우 더 어렵다. 현재 북한은 8∼10개의 핵폭탄을 만들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갖고 있다.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비롯해 이달 초 북한을 방문한 북한 전문가들은 매우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돌아왔더라. 북한은 미국에 민주당 행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그저 기다리기로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지 말라고 촉구하고 싶다. 왜냐하면 민주당이 집권한다 해도 매우, 매우 강경한 협상 상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클린턴 행정부 때 우리는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했지만, 또한 반대의 선택(disincentive)도 분명했고 그것의 사용을 준비했었다.”
―미국이 대북특사를 보내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지금은 절박한(urgent) 위기다. 특사를 보내는 것은 6자회담을 저해하지 않는다. 북한에 미국이 심각하고,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며, 진지한 결정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대북조정관이 제 역할을 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누가 그 자리를 맡든 행정부의 각 부처를 넘나들며 일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 내가 일할 때 감사하고 싶은 점은 모든 부처가 내가 대통령과 국무장관에게 직접 대답하고 대통령과 국무장관의 인가 아래 그들을 대신해 조정하고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았음을 이해해 줬다는 것이다. 누가 새 조정관이 되든지 양당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후보자리에 거론된다고 소문이 도는 사람들, 즉 협상을 반대하고 북한의 체제붕괴를 주장해 온 사람들(본보 10월 28일자 6면 보도)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북조정관이 임명돼도 딕 체니 부통령 등 강경파 때문에 유명무실해지지 않을까.
“그 점을 바로 대통령이 결정해 줘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하고 싶으며 조정관을 통해 진전을 이루고 싶다는 뜻을 명확히 해 줘야 한다. 근본적인 정책이 변하지 않는다면 누가 임명되든 중요하지 않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반응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 정부의 목표와 처지는 미국과 다르다. 한국은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국민의 바람을 반영해야 하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미국의 정책에 절대적으로 동의하며, 북한이 주민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철저하게 믿는다고 나는 확신한다. 한국 정부는 유엔 인권결의에 찬성했다. 나는 한국이 북한에 ‘핵실험 강행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상적인 일이 아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며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노력한다면 북한이 한미 간의 틈을 벌려 놓지 못하도록 확실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자 한국 내 일부에선 벌써 이라크에 파병한 자이툰부대의 철수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미 의회는 이라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모든 미국인이 미군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이라크가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어떤 규모의 철군이라도 그 시기를 미국과 매우 밀접하게 협의해 달라고 촉구하고 싶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