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세계의 허브로 세계 최고 수준의 7성(星)급 호텔로 두바이의 상징인 ‘버즈 알 아랍’(아랍의 탑이란 뜻) 호텔. 두바이는 정부의 강력한 실사구시형 리더십과 기업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규제 완화 정책으로 세계의 물류 및 관광의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지도자의 실사구시(實事求是) 리더십과 규제개혁 없이 한국의 ‘동북아 허브(Hub) 구상’은 한낱 꿈에 불과하다.”
1970, 80년대 한국의 고도 경제성장을 위해 뛰었던 전직 고위 경제 관료들이 중동을 넘어 세계 물류·금융 허브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본 뒤 한결같이 털어놓은 말이다.
전직 경제 관료와 경제학자들이 회원인 재단법인 ‘IBC포럼’의 남덕우 전 국무총리, 김만제 이승윤 진념 전 경제부총리, 고병우 전 건설부 장관 등 20여 명은 12∼14일 두바이를 둘러보고 현지에서 연 세미나에서 현 정부의 이념 중심적 정책 설정과 과잉 규제로는 한국 경제의 재도약이 어려울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 “나라를 기업처럼 운영하라”
이들은 무엇보다 셰이흐 모하메드(57) 두바이 국왕의 ‘최고경영자(CEO)형 리더십’에 주목했다. 최근 연평균 18%의 경제성장률을 이끌어 낸 그는 “나라를 기업처럼 운영하겠다”, “기업에 좋으면 두바이에도 좋은 것”이라는 말을 되뇐다.
두바이에서는 국부(國富) 창출이라는 목표 아래 △외국 자본의 100% 투자 △외국인 인력 무한 채용 △외환송금 무한 자유 등을 보장하는 ‘제벨알리 경제자유구역’이 21년째 운영되고 있다.
수천 채의 빌라와 호텔이 들어설 ‘더 팜(The Palm)’ ‘더 월드(The World)’ 프로젝트는 해안선을 바꾸는 대역사. 두바이에서 주상복합건물 ‘두바이 유보라 타워’를 분양 중인 반도건설의 권홍사 회장은 현지에서 기자와 만나 “토지 매입에서 인허가, 분양까지 7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한국에서는 수년이 걸렸을 것”이라며 놀라워했다.
○ “말만 하지 말고 규제 없애야”
한국에서도 2003년부터 두바이 등을 모델로 한 인천 부산 광양 경제자유구역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권한 배분 문제 등으로 별 진척이 없다.
남 전 총리는 “두바이의 기업 환경은 한마디로 ‘심플(simple·간단)’하다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도 말만 하지 말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기업들의 투자를 실질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 전 부총리는 “현재 두바이의 발전전략 중 일부는 1970년대 우리가 이미 시도한 것인데 지금은 역(逆)벤치마킹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전 부총리는 “경제자유구역에 자유가 없는데 어떻게 동북아 허브가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IBC포럼은 한국의 경제자유구역 활성화를 위해 경제자유구역청장에 대한 권한 위임 등 지원제도 혁신, 정부의 적극적인 인프라 조성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에 대해 조성익 재정경제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장은 “올해 말까지 경제자유구역법을 개정해 지자체 권한 위임 확대, 부담금 감면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두바이=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