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던 시중은행들이 20일부터 대출영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는 금융감독 당국의 사실상 ‘대출총량’ 규제로 은행들이 17일 신규 대출을 중단한 지 하루(영업일 기준) 만에 방침을 바꾼 것이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번 주부터 실수요자에 대한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기존에 접수된 담보대출 영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규 대출 전면 중단’에서 실수요자에게는 전혀 문제없도록 대출해주는 것으로 방침이 바뀌었다”며 “매매 계약을 이미 체결해 자금이 필요한 경우와 전세자금과 관련된 긴급한 대출은 별 문제 없이 돈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20일부터 투기성 대출수요가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출영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최근 대출규모가 적어 운용에 여유가 있는 우리, 하나은행, 농협 등도 정상적으로 주택 대출영업을 한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은 ‘불요불급한 극소수의 대출만 허가한다’는 방침에서 ‘투기 혐의가 명백한 소수의 소비자를 제외하고 대출을 재개한다’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주말 금융감독원의 총량 규제를 통보받은 뒤 이전에 대출 승인을 마친 대출 신청건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대출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 계획도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화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일부 은행이 금감원의 대출 자제 권고를 받아들이면서 전산 차단을 하거나 대출 상담을 거부하는 등 극단적 대응을 해 대출수요자들의 불만이 많았다”며 “실수요자에게는 정상적으로 대출영업을 하라고 은행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국장은 “이것이 주택대출을 전면 해제하겠다는 뜻은 아니며 11·15부동산대책에 따른 주택대출 규제는 예정대로 20일부터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에서는 금감원의 갑작스러운 규제로 대출을 쓰지 못하는 수요자들의 불만이 확산되자 하루 만에 대출총량 규제를 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현행법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만 부과할 수 있는 대출총량 규제를 주요 시중은행에 ‘창구지도’라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부과해 월권(越權) 논란마저 불러일으켰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신규대출을 중단하라고 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더 나빠졌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은행의 대출영업 재개에도 불구하고 강화된 주택대출규제가 20일부터 시행되면서 집을 담보로 하여 은행돈을 빌려 쓰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