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트리오’로 불리던 열린우리당의 세 창당 주역 간의 균열이 정치권에서 새삼 회자되고 있다.
2003년 11월 창당 당시 “(정치개혁을 위해선) 선혈이 낭자하게 싸워야 한다”고 했던 신 의원은 민주당 등과의 통합신당 창당 추진에 나선 천 의원을 비판하며 열린우리당 지킴이를 자임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선 “정 전 의장이 열린우리당이 실패했다는 뉘앙스로 말했을 때 상당히 놀라고 충격을 받았는데 천 의원마저 (통합신당) 창당 선언을 해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아니 ‘천정배 너마저…’ 솔직히 이런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정 전 의장은 통합신당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정 전 의장과 천 의원은 얼마 전 단둘이 만나 “당이 이렇게 된 것은 너무 대통령에게 끌려 다녔기 때문이다”는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두 사람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 전 의장은 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고, 천 의원은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그런 사람들이 “현 상황의 모든 책임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가하는 말은 보기에 안 좋다”는 것이 신 의원의 힐난이다.
정 전 의장과 천 의원 사이도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전 의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열린우리당에) 4대 개혁 입법의 모자를 씌운 것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한 사석에선 “동국대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고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구속하면 국민감정이 받아들이겠느냐”고 말도했다고 한다.
4대 법안 추진 당시 원내대표를 지냈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강 교수에 대한 불구속수사 지휘권을 발동한 천 의원을 두고 한 소리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