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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경영]GE 연수원/최고에게 배워야 최고가 될수있다

입력 | 2006-11-20 03:04:00


《미국 뉴욕 주의 작은 도시 오시닝.

뉴욕 시에서 북쪽으로 50분쯤 자동차로 가면 만나는 이 도시엔 5개 동의 건물이 울창한 포플러 숲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전체 터는 6만3000여 평. 한국의 웬만한 대기업 연수원보다 작지만 허투루 봐선 곤란하다. 웰치 전 회장의 지원에 힘입어 세계적인 인재사관학교로 우뚝 선 GE의 크로톤빌 연수원이다.

정식 명칭은 ‘존(잭) F 웰치 리더십 개발 센터’. GE의 ‘이노베이션(혁신) 엔진’ 역할을 하는 이 연수원은 2002년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최고위 리더십 교육과정에 참여해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올 8월엔 한준호 한국전력 사장 등 국내 경영자 20여 명이 연수했다.

‘주식회사 미국의 하버드대’(포천지)로 불리는 크로톤빌 연수원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살아 있는 신화’ 잭 웰치(사진) 전 회장.1981년 회장으로 부임한 직후 당시로선 천문학적 금액인 4600만 달러를 연수원에 투자했다. 주위에서 놀라움과 우려가 빗발친 건 당연한 일. “투자한 돈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마디로 답했다.

“무한대(Infinite).”

○ 선택받은 자만이 크로톤빌에 입성한다

‘전략보다 사람이 우선한다(People First, Strategy Second).’

웰치 전 회장 사무실에 걸려 있던 문구다. “업무의 70%는 인재에 쓴다”고 공언한 그의 의지가 오롯하다. 현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이멜트 회장도 “21세기 승리를 위해 새로운 성장 리더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로톤빌 연수원은 GE 인재 개발의 원천이자 핵심이다. 연수원을 거치지 않으면 핵심 인재로 대접받지 못한다. 미국 재계에서는 ‘크로톤빌 출신’이란 말이 아이비리그의 경영학석사(MBA) 출신이란 말 이상의 효력을 발휘한다.

GE 사원이라고 아무나 들어갈 수도 없다. 선택받은 20%만 리더십 개발 교육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GE가 조직 내에서 최고 인재를 발굴 육성하는 프로그램인 ‘세션 C’를 통해 선택된다.

세션 C는 GE가 자랑하는 리더십 개발 및 인력 평가 육성 프로그램. 해마다 6, 7월에 개개인의 성과와 가치를 종합 평가한다. 모든 임직원은 ‘활력 곡선’이라는 강제 분류 기준에 따라 상(20%), 중(70%), 하(10%)로 나눠진다.

크로톤빌 연수원은 교육 목적 외에 다른 용도로도 활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조직문화 변화 추진. ‘벽 없는 조직’과 문화적 다양성을 강조한 글로벌 사업 아이디어가 여기서 나온다. 핵심 가치나 리더십 원칙의 설정도 주도한다. e러닝 개발이나 전략 고객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 운영도 크로톤빌의 몫이다.

○ 회장 등 고위급 경영진이 강사로 뛴다.

크로톤빌 교육 과정은 경영진급(EDC) 임원급(BMC) 부장급(MDC)으로 나뉜다.

MDC는 차세대 경영자 수업. 사업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략적 사고와 임원 리더십을 배운다.

BMC는 세계시장 전략과 글로벌 리더십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 실제로 일어나는 사업 현장의 문제점을 던져 주고 수강생들이 해결책을 찾아내도록 유도한다.

회장이 직접 수강생을 선발하는 EDC 과정은 매년 한 차례만 열린다. 현재 GE가 당면한 글로벌한 문제를 유명 기업 및 사회정치 분야의 리더들과 함께 다룬다.

일반 사원들은 근무 지역에서 맞춤식 교육을 받는다. 예를 들어 한국의 한 직원에게 해당되는 과정이 국내에 없다면 그 과목이 개설된 아시아의 다른 국가에서 교육을 받는다.

크로톤빌 연수원의 강사로는 고위급 경영진이 직접 나선다. 역대 회장들도 지난 25년간 300여 개의 교육과정 가운데 직접 참여한 1개 과정을 제외하고 모두 강연했다. 최고에게 배워야 최고가 될 수 있다는 GE의 신념 덕분이다.

연수원 유지비용도 엄청나다. 해마다 수억 달러가 들어간다. GE 측은 “모든 투자의 목적은 ‘4E+V’ 리더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4E+V 리더는 에너지(Energy)가 넘치고 상대방의 활력을 북돋울(Energize) 수 있어야 한다. 힘든 상황에서도 과감히 결단을 내리고(Edge) 꿋꿋이 실천한다(Execute). 무엇보다 미래에 대해 분명한 비전(Vision)을 가진 리더이다.

이멜트 회장은 “미래의 인재는 단호하고 명확한 사고를 갖고 상상력과 용기를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로톤빌은 그런 인재를 키워내는 최고의 산실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