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베트남에서 배우라.”
미국과 베트남이 명실상부한 동반자 관계로 거듭나면서 미국이 ‘베트남 챙기기’에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7일 응우옌민찌엣 주석과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과거는 미뤄두고 미래만을 향해 전폭적으로 협력하자”고 다짐했다. “베트남은 젊은 호랑이다. 베트남은 확실한 밝은 미래를 갖고 있다”는 찬사도 덧붙였다.
그는 이에 앞서 베트남 도착 직후 “역사는 길고 길다. 사회는 항상 변화하며 모든 관계는 언제든지 좋은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5만6000여 명의 미군을 잃은 베트남전의 상처를 씻고 세계무대에서 새로운 동반자가 되겠다는 선언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18일 연설에서 “북한과 미얀마 지도자들도 베트남의 사례를 따르면 평화와 기회의 새 길을 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은 7일 최종 승인된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적극 지원했다. 양국 교역관계 정상화를 위한 미 의회의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법안이 14일 하원에서 부결됐지만 이는 부시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맞춰 ‘선물’을 만들기 위해 긴급안건으로 상정한 절차상 문제로 분석된다.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도 18일 “12월 초 일반안건으로 다시 상정하면 충분히 통과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미 국무부는 13일 종교자유 탄압 ‘특별관심국(CPC)’ 명단에서 베트남을 뺐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은 베트남을 중국을 견제할 전략적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며 “특히 북한, 이란, 미얀마 등 서방세계 주도의 큰 흐름을 거부하는 ‘문제 국가’를 의식해 베트남 껴안기에 더욱 적극적”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베트남의 개혁개방:
1986년 개혁개방을 천명한 뒤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 1990∼1997년 8%, 2002∼2005년 7%를 기록했다. 대미 교역량은 지난해 78억 달러. 미국과 1995년 수교했으며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종전 후 처음 방문했고, 지난해 판반카이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다. 미 군함의 베트남 기항, 베트남 장교들의 방미 교육 등 군사 교류도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