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15 부동산대책에서 신도시 등 공공택지의 주택공급을 크게 늘리고 분양시기도 앞당기기로 했지만 실제 분양은 계획보다 최대 1년 정도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주택공급 로드맵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후(後)분양 제도를 감안하지 않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20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사업승인을 받는 공공택지에서 대한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짓는 아파트는 후분양제가 적용돼 공정이 40% 이상 진행돼야 분양할 수 있다.
민간 건설업체는 반드시 후분양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공택지 경쟁 입찰 때 '주택공급을 후분양으로 한다'는 조건을 내걸어야 우선권이 있어 공공택지 내 민간 분양주택도 상당부분 후분양제로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부는 조성 중인 신도시 가운데 공영개발 대상인 송파신도시만 후분양제를 감안해 공급일정을 정했으며, 나머지는 모두 지금과 같은 선분양을 전제로 했다.
강팔문 건교부 주거복지본부장은 이에 대해 "민간업체로서는 금융비용 등이 늘어나는 후분양제를 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며 "정부는 11·15 대책에서 밝힌 분양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민간 건설업체의 임원은 "수도권에 아파트를 지을 만한 땅이 많지 않아 공공택지에서 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파주나 광교 등 입지조건이 좋은 곳은 금융비용을 감내하더라도 후분양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건설업체들은 후분양에 필요한 공정률 40%를 맞추려면 통상 6개월~1년의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후분양 공정률 기준은 2009년부터는 60%로 강화될 예정이어서 이 때 분양 예정인 인천 검단, 경기 파주3지구, 평택신도시 등은 분양 일정이 더 늦어질 공산이 크다.
신도시 외에 정부가 11·15 부동산대책에서 밝힌 연도별 수도권 주택공급 로드맵 중 일반 공공택지의 주택공급 일정도 후분양제를 감안하지 않은 것이어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2006년 7만6000채 △2007년 15만5000채 △2008년 22만9000채 △2009년 20만1000채 △2010년 20만6000채 등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