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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가입 눈앞에 둔 러시아

입력 | 2006-11-20 17:30:00


세계에서 가장 큰 영토를 보유한 러시아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러시아는 19일 WTO 정식 회원 가입을 위해 미국과 의정서를 교환했으며 내년 7월까지 러시아의 가입에 서명하지 않은 그루지야 등과 양자 협상을 마칠 계획이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15년간 세계 경제의 역외 지역에 머물러 있던 러시아가 '글로벌 주자'로 등장할 시기가 사실상 정해진 셈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이 러시아의 가입을 받아들인 것에 "러시아가 국제 기준을 지키는 정상적인 국가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은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러시아가 독립국가연합(CIS)과 동유럽 시장의 통합에서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는 WTO 가입 이후 7년 동안 관세가 평균 11%에서 7%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내부 경제 개혁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수입 관세 인하로 값싼 수입품이 러시아 시장을 점령하면 내수 산업이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시장 개방에 따른 충격 흡수 조치도 서두르고 있다. 러시아는 2015년까지 보험시장을 개방하고 금융권의 외국인 지분 제한도 단계적으로 없앤다는 계획이다. WTO협상단을 이끌고 있는 게르만 그레프 러 경제개발통상부 장관은 "불투명한 금융 거래 관행에 칼을 댄 것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전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WTO가입 이후 공산품과 금융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출 경우 CIS권 경제 통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미국의 부품이 들어간 공산품이나 러시아 농산물을 옛 공산권 국가에 제대로 수출하지 못했다. 옛 소련 시절 미국 정부가 공산국가와의 교역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한 '잭슨-배닉법'(이민제한 철폐를 무역과 연계시킨 법) 등의 규제가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WTO 가입을 통해 이런 규제가 풀리면 러시아의 자본과 공산품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로루시 시장을 순식간에 집어삼킬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인접한 폴란드 체코 루마니아 등 이미 유럽연합(EU) 경제권에 편입된 동유럽 국가와의 무역도 대폭 늘어나 개방화와 통합화 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석유 화학 금속을 제외한 다른 산업의 경쟁력이 열세를 면하기 어렵고 부패와 관료주의적 병폐도 쉽게 극복되지 않는다"며 러시아의 역할에 의문 부호를 그리고 있다.

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